백 이세돌
흑 알파고
<장면 5> 흑1, 알파고가 좋아하는 어깨 짚기가 또 등장했다. 우변을 압박하면서 은근히 상변 백돌을 노리는 전형적인 상동격서 전술이다. 이세돌이 2, 4로 밀어 올린 건 당연한 데 알파고가 대뜸 5로 젖힌 게 뜻밖의 강수다. 좌우의 백을 쉽게 연결해 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 장면에서 이세돌이 잠시 망설이다 6으로 꾹 참았다. <참고1도> 1로 끊어서 싸워볼까 하다가 2, 4를 당하면 상변 백돌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너무 고분고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면 기세를 탄?알파고는 7, 9로 죽죽 밀어 붙였다. 묘하게도 바둑판의 왼쪽과 오른쪽이 비슷한 형태가 되면서 중앙 흑 세력의 골이 점점 깊어졌다. 이대로 몽땅 흑집이 된다면 큰일이다.
드디어 이세돌의 반격이 시작됐다. 10, 11을 교환한 다음 12로 젖혔다. 흑이 당장 17로 차단하려는 건 무리다. 알파고가 13으로 한 발 물러서자 이세돌이 14, 15를 교환해 자신의 약점을 방비한 후 16으로 백돌을 살려 냈다. 사실 지금은 17로 뻗어서 중앙 백돌을 연결하면 가장 알기 쉬웠다. 흑도 16으로 백돌을 따내서 장기전이 예상되는데 알파고의 계산력을 감안할 때 미세한 계가바둑이 되는 게 싫었던 모양이다. 그러자 알파고가 17로 젖힌 건 당연하다. 하지만 백도 18로 뻗은 자세가 훌륭하다. <참고2도> 1~3 다음 A와 B가 맞보기여서 흑도 이 부근에 가일수가 필요하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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