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꺾고 34년간 묵었던 체증을 한 번에 날려 보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선수 출신인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2016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 3차전에서 숙적 일본을 3-0(3-0 0-0 0-0)으로 완파했다.
대표팀이 일본을 꺾은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1982년 스페인 하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C풀(3부리그) 대회에서 일본에 0-25로 참패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고양에서 열린 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에서 당한 2-4 패배까지 공식 경기(세계선수권, 올림픽 예선, 동계 아시안게임, 아시안컵)에서 1무 19패의 절대 열세를 보여왔다.
2년 만의 재격돌에서 한국 아이스하키는 공수에 걸쳐 시종 일본을 압도하며 일취월장한 성장을 확인시켰다.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한국의 완승이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 소나기 골을 터트리며 일본의 혼을 뺐다. 거듭된 일본의 페널티로 얻은 파워 플레이(상대 페널티로 인한 수적 우위) 찬스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하는 무서운 집중력을 과시했다.
이번 대회에서 ‘특급 저격수’로 떠오른 마이클 스위프트(하이원)가 3경기 연속 선제골을 터트리며 포문을 열어젖혔다. 이번 대회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스위프트의 5호 골. 선제골로 사기가 충천한 한국은 계속된 파워 플레이 찬스에서 김기성(안양 한라)-김상욱 형제가 멋진 추가 골을 합작해내며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경기 초반 릴레이 골로 자신감이 높아진 한국은 11분 10초에 신형윤-조민호(안양 한라)-신상훈(안양 한라)이 멋진 콤비 플레이로 세 번째 골을 터트렸다.
한국은 2피리어드 7분 32초에 신상우(안양 한라)가 메이저 페널티(5분)에 게임 미스컨덕트(경기 완전 퇴장)를 추가로 받으며 5분간 수적 열세에 몰렸지만, 수문장 맷 달튼을 중심으로 일본의 공세를 침착하게 막아내며 경기 최대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한국은 3피리어드에도 네 차례나 페널티를 범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차분하게 상대의 공세를 막아내며 일본에 영패를 안겼다.
오스트리아와의 1차전에서 슛아웃(승부치기) 끝에 석패했던 한국은 2차전에서 홈팀 폴란드를 4-1로 완파한 데 이어 3차전에서 숙적 일본마저 꺾으며 승점 7점(2승 1연장패)을 확보, 역대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을 조기 달성했다.
1979년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한 이래 한국 아이스하키가 거뒀던 최고 성적은 2013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디비전 1 그룹 A 대회에서 승점 5점(1승 1연장승 3패)으로 5위를 차지한 것이다. 3경기 만에 목표를 조기 달성하며 부담을 던 한국 아이스하키는 27일 밤 11시 30분 열리는 4차전에서 이번 대회 최강으로 평가되는 슬로베니아와 격돌한다. 한국은 슬로베니아전에서 승리할 경우,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내년 독일 쾰른과 프랑스 파리가 공동개최하는 2017 IIHF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꿈에 바짝 다가선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