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북한 노동당 당 대회가 다음달 6일 평양에서 열린다. 김정은 시대 개막을 본격 선포하는 자리다. 새로운 경제노선, 공세적인 대남 통일방안 등이 발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핵 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 여파로 외교적 고립이 심화돼 거물급 외국 인사의 참석을 거의 기대하기 어렵고, 악화된 경제사정에 당 대회 준비로 인한 무리한 노력동원까지 더해져 주민들의 불만은 한껏 고조되는 상황이다. ‘김정은만의 잔치’가 될 것이란 얘기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당 대회를 계기로 “강성국가 건설의 최 전성기를 열어나가자”고 부르짖었지만, 역설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북한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27일 오전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2016년 5월6일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개회할 것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당 우위 국가체제인 북한에서 당 대회는 최고지도기관으로, 최고의사결정 회의체다.
중앙방송은 “백두산 대국의 위력이 최고의 경지에서 과시되고 온 나라 천만군민의 충정의 70일 전투가 결속단계에서 힘있게 벌어지고 있는 격동적 시기에 도당위원회 사업을 총화하고 당지도기관과 당 제7차 대회 대표자 선거를 위한 도당대표회들이 성과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도당대표회에서 “김정은 동지를 당대회 대표로 높이 추대했다”며 “당 제6차 대회 이후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현명한 영도 따라 도당위원회가 걸어온 승리적 노정을 긍지높이 총화하고 당 지도기관을 새로 선거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 7차 당대회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열리는 첫 당대회이자 1980년 10월 제6차 당대회 이후 무려 36년 만에 개최되는 당대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집권 시절 단 한 차례도 노동당 당대회를 열지 않았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0월30일 36년만의 제7차 당대회를 올해 5월 초에 개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당중앙위 정치국은 “김정은 동지의 영도를 높이 받들어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에서 전례 없는 앙양을 일으키기 위한 역사의 분수령”이라며 “김정은 동지를 중심으로 당과 혁명대오의 일심단결의 위력을 강화, 수령결사옹위는 일심단결의 근본 핵이며, 조선혁명의 제일생명선”이라고 소집 사유를 밝혀 이번 당 대회의 목적이 김 위원장의 우상화에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최근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강성대국’이나 ‘김정은 조선’ 등의 신조어를 사용하며 김정은 우상화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이번 당 대회에선 김 위원장의 권력 공고화를 위한 대대적인 세대교체도 점쳐진다. 새로운 경제노선이 발표될지도 주목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북제재 국면을 고려해 시장경제적 요소 도입이나 개혁 개방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핵-경제 병진노선이나 핵 보유국 천명 등 김정은식 핵 독트린이 발표될 가능성은 높다. 동시에 제재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북미 고위급회담이나 남북 정상회담 등 대화공세를 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북한은 1946년 8월 제1차 대회를 시작으로 1948년, 1956년, 1961년, 1970년, 1980년까지 모두 여섯 차례 당대회를 개최했다. 가장 최근 열린 제6차 대회에서는 김정일의 후계자 지위 공식화, 사회주의 건설 10대 전망 목표 제시, 고려연방제 통일방안 제안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룬 바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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