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ㆍ의욕 많았지만 거의 안 돼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마음 고생”
국회 쟁점법안 처리 어려움 호소
수차례 감정 표현… 간간이 농담도
“해보고 잘못해서 욕을 먹는다면 한은 없겠어요.”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 간담회에서 감정에 호소하는 표현을 많이 썼다. 노동개혁 4법 등 국회에 발이 묶여있는 쟁점법안의 처리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설명했을 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여의도를 향해 “립 서비스”, “위선” 등 격한 표현으로 ‘국회 책임론’을 제기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특히 파견근로자 보호법(파견법)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한’(恨)이라는 단어를 꺼내며 답답한 심경을 하소연했다. 박 대통령은 “해보려는 것을 이렇게 못할 수가 있는지, 임기를 마치면 엄청난 한이 남을 것 같다”며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하는 건 아닌데 하는 마음의 아픔이 상당히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읍소하듯 반문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그렇게 애원하고 호소하면 ‘그래 해보고 책임져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대목에서다.
그간 겪은 마음 고생도 털어놨다. 박 대통령은 “꿈도 의욕도 많았지만, 해보려던 게 거의 안 됐다”며 “열심히 밤잠 안 자고 이렇게 고민해서 왔는데 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혼자 가만히 있으면 너무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여당의 참패로 끝난 4ㆍ13 총선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심판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에도 정면으로 반박하기보다 에둘러갔다. “(여야 양당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되는 것도 없고 식물국회 식으로 가다 보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변화와 개혁이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간간이 참석자들의 질문을 농담으로 받아쳐 오찬장에선 여러 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날 상차림이 중식인 걸 고려해 한 참석자가 “대통령은 어떤 식사를 하실까 궁금했는데 먹어보니 회사 앞 북경반점하고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하자, “칭찬으로 하신 말씀이에요, 비난으로 하신 말씀이에요”라고 응수한 게 한 예다.
또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느냐”는 농반진반의 질문엔 “제가 절대로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하신 것이니 답을 안 해도 실망은 안 하실 것”이라는 말로 답을 갈음했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해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을 설명하다가는 “다시 엑시트(exit)할 수 있는”이라고 말했다가 “왜 영어가 먼저 생각나고 한국말이 생각이 (안 나는지 모르겠다)”라며 “이거 잘못된 것(표현)인데 뭐지요”라고 묻기도 했다.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약속하면서는 “지금 이 좋은 날씨에 (미세먼지 때문에) 마음대로 산책도 못하고 이게 정말 뭡니까, 진짜”라며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낮 12시부터 1시간 30분 간 예정됐으나 질의와 응답이 길어지면서 오후 2시 10분쯤 끝났다. 박 대통령의 언론사 국장 간담회는 취임 첫 해인 2013년 4월 24일 이후 3년 만이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