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ㆍ군축담당 특보는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과 관련해 “이란이 북한과 미사일 기술 협력을 계속 한다면 이는 한국 안보에 악영향을 끼치고 분명한 위협이 된다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핵 협상 타결을 이뤄낸 이란에게 북핵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란역할론’을 부여하며 전 방위 대북 압박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아인혼 전 국무부 특보는 이날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국제관계 포럼인 ‘아산플래넘 2016’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이란에 미사일 기술을 이전해 온 것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고, 이제는 핵 기술로 진행될 우려마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북한 지도부의 핵 개발 야욕을 꺾기 위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의 주요 거래국인 이란도 쌍끌이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인혼 전 특보는 그러면서 “북한 지도부가 엄청난 압박을 받아 핵개발로는 병진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협상할 가능성도 생긴다”며 “지금의 우선순위는 압박이다”고 역설했다. 그는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는 9ㆍ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 확인, 핵과 미사일 추가 실험 중단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대북 압박의 성공 여부가 중국에 달려 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안보리 결의를 적극적으로 이행해 상당한 압박을 가하지 않으면 북한이 진지하게 협상에 나설 인센티브가 생기지 않는다”며 “만약 중국 기업이나 은행이 북한의 불법적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면, 미국은 이들에 대해서도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도 적용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그는 또 “만약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중국이 심하게 탄압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점을 방증하는 것 아니겠냐”고도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과 관련해선 “경제 및 안보 등 한국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고, 미국과 동맹국이 대대적인 재래식 군사적 공격을 받을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옵션을 미국 정부는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포럼에 참석한 미국의 대표적인 외교분야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소장도 “김정은은 결국 끝이 안 보이는 길을 걷고 있다”며 “북한이 계속 도발행위를 하면 제재와 압박을 더 강화해야 한다. 제재는 이제부터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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