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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984년 LA올림픽 한국선수단 선발대 임원으로 남가주 대학에 입촌해 선수촌 식당의 식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LA올림픽 대회의 메뉴에 김치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사연인즉 LA지역 한인들로부터 아시아대륙 대표 음식으로 김치가 추천된 것이었다. 선수촌 식단에 김치가 제공되기 때문에 올림픽에 참가하는 우리 선수들은 따로 김치나 고추장 등을 한국으로부터 공수해올 필요가 없어졌고, 스테이크에 김치를 얹어먹은 우리 대표선수들은 1948년 런던 올림픽 참가이래, 그때까지 가장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있었다. 한국 선수단은 당시 6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이것을 ‘김치 금메달’로 명명하면 어떨까.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 대회에서는 주최국으로서 당연히 김치가 선수촌 메뉴로서 전 세계 참가 선수 임원들에게 소개되었지만, 이는 개최국 음식으로서의 프리미엄이었다.
실제 1992년 제25회 바르셀로나대회에서도 김치가 올림픽메뉴로 등장할 것인가는 미지수였다. 필자는 1991년 한국선수단 사전조사 단장자격으로 바르셀로나에 도착, 조직위관계자들과 각 부분별 협의를 하였다. 선수촌 급식담당자와의 업무협의 중 올림픽 선수촌 식당메뉴리스트를 보고 싶다고 하니까,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추천할 음식이 있느냐고 자문을 구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그 날 저녁 조직위 급식담당관을 수소문하여 바르셀로나 시내 한국식당으로 초대하였다. 불고기와 쌀밥 그리고 김치 등을 주문하였고, 맛을 본 담당관은 김치를 샐러드로 적극 추천하겠노라고 귀띔했다. 사전 조사 협의를 마치고 귀국한 지 1주일가량 지나자 바르셀로나 올림픽 조직위로부터 팩스 한 장이 날아왔다. 회신내용은 긍정적이었고, 다만, 김치물량확보와 조달방법 그리고 생산업체를 소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종택 체육회 사무총장과 故 김종열 체육회장께 보고 드리고, 급히 김치 조달 및 공수를 위한 수소문에 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김치 팩을 구입해 올림픽 공식 메뉴로 제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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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올림픽 한류 음식문화 제1호 대사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김치가 공식 메뉴가 되었다고 해서 차기 대회에서도 공식메뉴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필자는 IOC 집행위원회와 NOCs(국가올림픽위원회)와의 연석회의, 각국 단장회의 등 각종 국제회의 때마다 KOC 대표로 참석해 해당 동ㆍ하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준비진척상황 보고 시 균형 있는 식단을 강조하면서, 아시아권의 음식이 올림픽 메뉴에 선택되도록 운을 뗀 뒤, 해당조직위원회들과의 사전협의회의 시 ‘김치와 쌀밥’(Kimchi and Sticky Rice)을 넣도록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덕분에 1996년 애틀랜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2000년 시드니,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2004년 아테네,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김치가 공식메뉴로 채택되어 한국선수들은 물론, 전 세계 올림피언들에게 김치를 전파했다고 자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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