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표시 삭제 지침’ 무시
내부자료 따로 관리 정보 독점
전ㆍ현직 공무원, 유력경제인 등 투기 의혹
시 “내부활용자료 운영은 정책적 결정”
충남 천안시가 정부의 투기 억제와 특정지역 지가상승을 막기 위한 ‘시가화 예정 용지’ 표시 삭제 지침을 무시, 부동산 투기세력을 도운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26일 천안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008년 규제 완화와 투기, 지가 상승을 최소화 하기 위한 도시기본계획 수립지침을 개정, 시가화 예정 용지 위치 표시를 삭제하고 토지소요량을 총량제로 관리하도록 했다.
이는 도시확장으로 주거, 상업, 공업지역으로 개발되는 시가화 예정용지 지정이 ‘투기지역’으로 둔갑할 수 있어 비정상적인 지가 상승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다.
애초 시는 2007년 ‘2020년 천안 도시기본계획’수립 과정에서 성환ㆍ직산ㆍ성거읍 등 관내 시가화 예정용지 24곳을 ‘붉은 점’으로 표시했다.
그러나 시는 국토부의 지침 변경 이후 이를 무시하고 내부활용자료라는 명목으로 ‘관리계획’을 만든 뒤 위치와 물량을 표시해 관리해 왔다.
특히 시는 내부활용자료를 이용하면서 2012년 이후 4건의 지구단위계획 입안 제안과 1건의 도시개발사업 제안을 반려했다. 이유는 내부활용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모(60)씨는 지난해 10월 동남구 구성동 일대 10만여㎡에 대한 도시개발사업을 입안, 승인을 요청했으나 거부됐다. 이씨는 용역비 등 10억여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 사이 천안시청 고위 공무원 지인이나 친인척이 2012년 이후 동남지역에 있는 시가화예정 용지 일부를 사들인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공무원이 위치 정보를 흘려 땅 투기를 도왔다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최근 시의회 5분 발언에서 전종한 천안시의원은 “‘2020년 천안 도시기본계획’은 실패한 부분이 많은데도 정부 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시가화 예정용지 위치를 밀실에서 정해 관리한 의도를 모르겠다”며 “향후 도시계획 관련 시책은 정부정책에 부합토록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일원 시의회 건설도시위원장은 “전·현직 공무원, 경제인 등이 내부 정보를 기초로 땅을 매입했다는 설이 있다”며 “절차에 흠결이 있는 내부활용자료를 이용한 도시기본계획수립으로 민간개발행위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실태파악을 위해 해당지역 토지매매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청해 놓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개발신청이 반려된 5개 지역은 시가화 예정지 밖이고 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내부활용자료 이용은 이미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원도심 활성화가 시급해 국토부 지침에서 벗어났음에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