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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인류를 섬기게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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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인류를 섬기게 해야죠”

입력
2016.04.2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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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가 26일 서울 서소문동 동화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발 하라리가 26일 서울 서소문동 동화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답해 주기 위해 생겨난 만큼

질문하는 것은 인간이어야

30~40년 뒤 세계 어떨지 몰라

그간 연장자에게 배워 온 지식

아이들 세대엔 무용지물 될 것”

“인류 역사에서 큰 변동은 전쟁 같은 고통을 낳습니다. 그러나 핵무기나 페미니스트 혁명처럼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기술이 우리를 섬기도록 해야 합니다.”

인류문명의 역사와 미래를 짚은 ‘사피엔스’(김영사)의 저자 유발 하라리(40) 예루살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는 26일 서울 서소문동 동화빌딩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1년 이스라엘에서 출간된 ‘사피엔스’는 세계 30개국에 번역된 베스트셀러다. 국내에는 지난해 11월 출간돼 지금까지 13만부가 판매됐다.

하라리는 이번 방한 동안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28일 경희대 강연, 29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담, 교보문고 광화문점 독자 사인회를 진행한다. 중국, 대만을 거친 방문하는 강행군이어서 한국에 오자마자 병원에 들렀다지만 이날 질문에 성실하게 답을 이어갔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다. AI의 미래는 인간의 현명한 선택에 달려 있다 했는데 현명하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기술이 우리를 섬기도록 해야 한다. AI는 권위의 원천이 인간에게서 기계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은 우리 질문에 답을 해주기 위해 생긴 것이고, 그렇기에 질문을 하는 것은 우리여야 한다. 스마트폰이 나를 섬기는가 아니면 내가 스마폰을 섬기는가 라는 물음과 통하는 바가 있다.”

-AI에 대한 전망이 궁금하다.

“조만간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밀어내지 않을까. 새 직업도 생기겠지만, 그 직업도 결국 AI가 대체하지 않을까. 일부는 ‘감정’에서 인간이 우세하다고 하지만 감정도 생물학적으로 보면 행동 결정 과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생화학적 알고리즘이다. 인간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면 결국 새로운 정치경제적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지금 우리의 삶은 두 부분이다. 준비된 답,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시기가 있고, 그 이후 그 답과 기술을 써먹는 시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산업시대에 걸 맞는 방식이다. 30, 40년 뒤 세계가 어떻게 되어 있을 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우리 아이들은 연장자에게 배운 지식이 아무 쓸모 없어지는 역사상 첫 세대가 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새 책 ‘일의 역사’를 준비 중이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것인데, 예언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시도로 봐주면 좋겠다.”

-책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행복인데, 얘기 들어보니 행복의 가능성이 없다.

“우리는 지금껏 세계를 바꿔 행복을 추구해왔다. 기후, 경제, 정치체제를 바꾸려 했다. 이제는 우리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우리 몸의 생화학적인 조성, 두뇌 같은 것을 바꾸려 들고 있다. 그러나 그건 해결책일 수는 없다. 바뀌면 또 다른 뭔가를 더 원할 것이다.”

-그래서 불교에 관심이 많은가. 본인의 행복 만들기 방법 같은 건 있나.

“불교식 명상 수행을 매일 한다. 하루 2시간씩 명상하고, 1년에 30~60일 정도는 외부와 연락을 끊고 명상에 집중한다. 나에겐 도움이 되는데 다른 사람에겐 어떨는지 모르겠다.”

-세계는 제국으로 갈 수 밖에 없고, 불평등은 강화되리라 봤다.

“제국과 불평등은 나눠봐야 한다. 지금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주요 도전을 다루기 위해서는 제국이 불가피하다. 가령 지구온난화만 봐도 지금 과학기술 수준에서 최고의 답은 경제성장을 멈추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나라도 자진해서 성장을 멈추긴 어렵다. 불평등 문제도 그렇다. 신기술이 도입되면 불평등 문제는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파나마 스캔들’에서 보듯 세계적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풀려 해도 국제협력은 불가피하다. 제국이라 해서 반드시 독재, 폭력, 전쟁일 필요는 없다.”

-새로운 모델의 등장은 전쟁 등 힘겨운 격변을 끌고 들어오는 법인데.

“맞다. 그러나 반대 사례도 있다. 핵무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위협이었는데 그 덕에 평화를 누렸다. 페미니스트 혁명도 마찬가지다. 엄청나게 거대한 사회혁명인데, 다른 혁명과 달리 부드럽게 진행됐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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