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업 트리오(3~5번 타자)는 팀 공격의 핵심이다. 승부를 가를 수 있는 한 방은 물론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타점 생산 능력이 필수다. 그런데 ‘비룡 군단’ SK의 중심 타선은 공격뿐 아니라 달리기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3번 최정(29ㆍ5홈런)-4번 정의윤(30ㆍ4홈런)-5번 박정권(35ㆍ3홈런)은 25일현재 홈런 12개를 합작했다. 중심 타선으로는 LG(16개), kt(14개)에 이어 두산과 공동 3위에 해당한다. 이들 3명이 도루는 총 3개(정의윤 2개, 박정권 1개)로 적지만 단순한 숫자보다 민첩한 주루 플레이가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김용희 SK 감독이 원했던 ‘동적인 야구’를 몸무게 총합 276㎏의 거구들이 앞장선 것이다. 최정과 정의윤의 몸무게는 90㎏, 박정권은 96㎏이다. 김인호 SK 주루코치는 “다른 팀들에서는 이들이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최정은 2012년 20도루, 2013년 24도루를 했던 ‘호타준족’이었지만 이후 잦은 부상에 노출돼 좀처럼 뛰지 못했다. 2014년과 2015년 도루 개수는 각각 2개에 그쳤다. 올해도 도루는 아직 없지만 전에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주루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김인호 코치는 “1루에서 한 번에 홈까지 파고든 것만 벌써 세 차례”라며 “물론 중간에 상대의 실책성 플레이가 있기는 했지만 다른 주자였으면 시도해보지 못할 승부를 과감히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8일 LG전이 인상적이었다. 연장 10회말 볼넷으로 출루한 최정은 박정권의 우중간 안타 때 상대 중계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3루에 멈췄다가 홈으로 달려들었다. 이어 LG 포수 정상호의 태그를 피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정의윤은 한 시즌 역대 최다 도루가 5개에 불과했지만 벌써 2개를 성공했다. 2개 모두 상대 배터리가 방심한 틈을 탄 기습 도루. 지난 22일 넥센전에는 김용희 감독이 다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로 거침 없이 질주했다. 2루 도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상대 포수의 송구가 외야로 빠지자 정의윤은 3루까지 달렸고, 3루로 던지는 송구 실책이 또 나오자 홈으로 재빨리 향해 결승점을 올렸다. 김인호 코치는 “LG에 같이 있었던 시절보다 주루 훈련을 열심히 해 내가 말릴 정도”라며 웃었다.
박정권은 큰 체구에 비해 순발력과 민첩성이 뛰어나다. 달리기 솜씨는 웬만한 외야수보다 빠르다. 2014년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에서 기록을 측정했는데 100m를 12.37초에 주파했다. SK 톱 타자 이명기와 같은 기록이다. 그리고 박재상과 임훈(현 LG)보다 빨랐다. 30m는 3초98로 4초02를 기록한 이명기를 앞섰다. 김 코치는 “힘이 장사라 그런지 탄력이 붙어 더 빨라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룡 군단’ 육상부를 책임지는 김인호 코치는 “주루 플레이는 다양한 상황이나 변수가 많지만 선수들에게 ‘항상 준비하고 있자. 신중하고 정확하게 기본적인 것만 하자’고 한다”며 “접전 상황에서 간발의 차로 득점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내가 (홈으로) 돌리는 사인을 정확히 냈다기보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준 덕분이다. 그래서 더욱 고맙게 생각한다”고 공을 돌렸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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