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금융기관을 사칭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행각을 일삼은 조직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충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6일 검찰 수사관 등을 사칭해 보이스피싱 행각을 벌인 혐의(사기)로 총책 이모(20)씨 등 18명을 구속했다.
이 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간 보이스피싱을 통해 권모(67)씨 등 34명으로부터 11억3,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중국 대련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서울 모 검찰청 검사와 수사관을 사칭한 ‘검찰팀’과 모 캐피탈을 사칭한 ‘금융기관팀’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팀은 피해자들에게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으니 무죄 입증을 위해선 계좌 잔고를 즉시 금융감독원이 개설한 안전계좌로 보내라”고 속였다. 이 계좌는 금융기관팀이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명의로 발급해 둔 것이었다. 계좌 소유자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선 거래 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금융팀의 속임수에 넘어가 돈을 찾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줬다.
특히 이들은 지연인출제도(계좌에 100만원 이상 돈이 입금되면 30분 동안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돈을 찾을 수 없도록 하는 것) 때문에 출금이 어려워지자 통장 소유자가 은행 창구에서 직접 돈을 찾도록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조직원들 중에는 10대도 8명이 포함돼 있었으며, 대부분 직장이 없는 20~30대 남성이었다. 이들은 총책 이 씨의 고향 선후배로, ‘고액의 취업을 알선해 주겠다’는 말을 믿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중국에서 범행에 가담한 장모(25)씨 등 7명의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지명 수배하고, 인터폴과 공조해 소재를 파악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현명한 대처가 우선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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