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극의 거목 메이바오주가 25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현지 언론들은 지난달 30일부터 기관지 질환으로 베이징(北京)소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메이바오주가 25일 오전 11시쯤 기관지 경련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메이바오주는 중국의 전설적 경극 배우 메이란팡(梅蘭芳ㆍ1894~1961)의 아홉째 아들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극 발전의 선봉장 역할을 해 왔다. 10세부터 극을 배우기 시작, 13세에 처음 경극 무대에 선 메이바오주는 18세 되던 해 아버지와 같은 무대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메이란팡이 창시한 경극류를 일컫는 메이파(梅派)의 전수자로서 베이징 경극원 메이란팡경극단 단장을 맡으며 후학 양성 등 메이파 예술 계승에 힘을 쏟았다. 메이란팡의 아들 중에서 경극을 전수받은 이는 메이바오주가 유일하다.
메이바오주의 대표작 중 국내 팬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패왕별희(覇王別姬)’지만, 그 외에도 ‘귀비취주(貴妃醉酒)’ 등 경극계의 굵직한 작품들에 발자취를 남겼다. 중국 언론들은 별세 소식을 4, 5개 면에 걸쳐 대서특필하며 “다시는 그와 같은 우아한 선율을 들을 길이 없어졌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메이바오주는 또한 전통 예술인 경극을 일반인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영화 ‘패왕별희’ ‘매란방’ 등 제작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산당의 최고 정책 자문회의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이기도 한 메이바오주는 정치권에서도 전통 문화 전도사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는 중국 어린이들이 전통 문화를 습득하기 위해서 서예와 경극을 배워야 하며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체자뿐 아니라 정통 한자인 번체자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 양회(兩會) 기간에는 ‘패왕별희’와 ‘모란정(牡丹亭)’을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제작하자는 제안을 내기도 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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