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자료조작 행각이 드러난 일본 미쓰비시(三菱)자동차가 1990년대부터 법령에 정해지지 않은 방식으로 연비데이터를 측정했다고 26일 인정했다.
미쓰비시자동차의 아이카와 데츠로(相川哲郞) 사장은 이날 일본 국토교통성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91년쯤부터 국가가 정하는 방법과 다른 방식으로 연비산출에 필요한 데이터를 취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이카와 사장은 “연비 데이터를 목표 연비에 맞춰 책상에서 산출하고 신청했다”고 시인했다. 이에 따라 당초 미쓰비시 측이 2002년부터 11개 차종에서 법령 위반이 있었다고 설명한 것과 달리 연비측정 방법 위반 차종이 단종 차량까지 합쳐 수십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작 행태는 다이하쓰공업ㆍ스즈키 등 일본내 경쟁사들이 연비를 향상시키는 상황을 의식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불법을 저질렀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차는 2012년 후반부터 연비 목표치를 올렸는데 미쓰비시차의 연비 조작 대상인 ‘eK 왜건’와 ‘eK 스페이스’, ‘데이즈’와 ‘데이즈 룩스’ 등 4개 차종의 연비목표치는 2012년 중후반만 해도 ℓ당 29㎞이하에 그쳤다. 하지만 이 무렵 경쟁사들의 성과가 빨라져 2012년 9월 스즈키가 ‘왜건R’의 연비를 ℓ당 28.8㎞에 맞춰 발매하고, 그 해 12월 다이하쓰공업이 ‘무브’의 연비를 ℓ당 29.0㎞로 개선했다. 그러자 미쓰비시차는 2012년 후반부터 연비목표를 ℓ당 29.2㎞로 상향조정한 뒤 2013년 6월 목표를 달성했다며 ‘eK 왜건’을 발매했다. 미쓰비시차 내부 직원들은 “타사의 수치를 넘어서는 것이 절대 목표가 됐다, 무리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사내에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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