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 안팎을 혼란스럽게 했던 ‘김종인-문재인 금요 만찬’ 파문이 3일만에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두 사람 모두 25일 더 이상 언급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화해보다는 봉합에 가까워 언제든 갈등의 불씨는 폭발할 수 있다는 예상은 여전하다. 두 사람은 22일 만찬 이후 외부에 알려진 당 대표 추대와 경선 출마에 대한 발언이 서로 엇갈렸다. 특히 문 전 대표가 수권비전위원회를 제안했다는 보도에 대해 김 대표가 사실 무근이라며 ‘문 전 대표를 더는 만나지 않겠다’고 말해 파장이 커졌다.
먼저 문 전 대표 측이 움직였다. 오전 10시쯤 의원실 이름으로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김종인 대표가 총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셨고 대선에서도 필요한 역할이 있다”며 “언론이 사소한 진실 다툼으로 두 분 틈을 자꾸 벌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는 이 문제에 일절 코멘트 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이해인 수녀의 ‘산을 보며’라는 시를 올려 만찬에서 김 대표와 나눈 대화의 엇갈린 해석에 대한 답답함을 표현했다. ‘늘 그렇게/고요하고 든든한/푸른 힘으로 나를 지켜주십시오’로 시작하는 시는 ‘다시 사랑할 힘을 주십시오’로 끝난다. 문 전 대표는 이번 주 경남 양산 자택으로 내려갈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실 관계자는 “양산에 주로 머물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외부에 알리지 않고 움직일 것”이라며 “호남 민심 청취 방문은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도 이날 광주 국립 5ㆍ18묘지 참배 후 기자들에게 “저는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며 “지난 1월 15일 더민주에 올 적에 수권정당이 될 수 있도록 채비를 갖춰주는 역할을 하러 온다고 했기 때문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표를 더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 “들어보지 않은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말을 만들어 사후에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단 둘이 보는 일은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서운함은 여전하지만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만 충실히 해 나겠다는 뜻이라고 한 당직자는 풀이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광주=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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