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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송세월 7년에 ‘도끼자루’까지 썩은 해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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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송세월 7년에 ‘도끼자루’까지 썩은 해운업

입력
2016.04.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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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왼쪽)과 현대상선의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은 2만TEU에 육박하는 글로벌 선사들의 대형 선박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진해운(왼쪽)과 현대상선의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은 2만TEU에 육박하는 글로벌 선사들의 대형 선박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동시에 침몰 위기로 내 몰리며 정부의 해운 정책 부재가 위기를 더 키운 것 아니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실 경영에 대해선 당사자들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사실상 손 놓고 있었던 정부도 책임이 없다고 하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양대 국적 선사를 생사의 기로로 몰아 넣은 것은 1차적으로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운임이 바닥까지 추락했기 때문이다. 해외 대형 선사들은 이를 인수합병(M&A)과 선박 대형화 등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선사의 경우 2만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을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은 1만3,000TEU급이 고작이다. 더구나 두 선사는 그 동안 있는 선박까지 팔면서 용선(傭船ㆍ화물 운송을 위해 남의 선박을 빌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현대상선은 소유선박 41척 용선 84척으로, 용선비율이 67%나 된다. 한진해운도 60%(소유 62척 용선 92척)로 해외 선사들보다 크게 높다. 외환위기 때 부채비율 200%를 권고 받은 두 선사는 이후 보유 선박들을 처분해 왔다. 선박을 건조하기 위한 차입금은 부채로 잡히지만 용선료는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지난해 매출액(5조7,685억원)의 30%가 넘는 1조8,793억원을 용선료로 지불했다. 한진해운도 연간 9,000억원 이상을 용선료로 내고 있다. 해운업 경기가 좋았던 2006~2011년 지금보다 4,5배 가격에 10년 이상 장기 용선 계약을 맺은 게 화근이었다.

이러한 두 선사의 오판에 정부의 정책 공백까지 겹쳤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해운정책을 주도할 해양수산부를 없앴다. 글로벌 해운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고 사전에 대비해야 할 정책 당국이 사라진 상황에서 대응은 미흡할 수 밖에 없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해양수산부가 부활했지만 다시 ‘세월호 참사’로 해운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2년간 또 다시 멈췄다.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해외에선 국적 선사를 살리기 위한 지원책이 쏟아진 것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덴마크 수출입은행은 세계 1위 머스크 라인에 5억2,000만달러를 빌려줬고, 독일 함부르크시는 세계 3위 선사 하팍-로이드의 지분 20.2%를 매입했다. 프랑스도 부도 위기에 빠진 자국선사 CMA CGM에 1조원 이상의 금융지원을 했다. 일본은 해운업체들이 이자율 1%로 1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해 줬다. 반면 우리는 정부가 지원하는 회사채 금리가 10%다.

해운업은 수출입 화물의 99%를 실어 나르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원유는 물론 가스와 원전과 관련된 전략물자까지 모두 책임지고 있다. 이상윤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한진해운은 외환위기 때 정부가 제시한 부채비율 200%를 지키기 위해 팔았던 배를 다시 빌려 쓰면서 비싼 용선료의 압박을 받게 됐다”며 “해운업의 특성을 세밀하게 고려하지 못한 정부의 정책이 결국 현재의 위기를 키워온 꼴”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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