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이 아니라 ‘수도권의 봄’이다. 서울, 인천, 수원 등 수도권에 연고지를 둔 프로야구 5개 구단이 팀 당 18~20경기를 소화한 2016시즌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순위표 윗자리를 점령하고 있다. 24일 현재 단독 선두 두산이 14승1무4패로 초반 레이스의 주도권을 잡은 가운데 2위 SK(13승7패)의 상승세도 무섭다. 3위 넥센(10승1무9패)과 공동 4위 kt(10승10패, LG(9승9패)까지 5위권에 포진해 있다.
물론 아직은 초반 중에서도 초반. 최하위 한화(3승16패)를 제외하고 7위 이하 팀들과도 0.5~1경기 차에 불과하지만 당초 약세가 점쳐졌던 수도권세(勢)의 동반 상승은 예상 외다. 역대로 가장 많은 수도권 연고 팀이 포스트시즌에 함께 나선 건 넥센ㆍ두산ㆍLG 서울 3개 팀이 동반 진출했던 2014년이다.
올시즌 전문가들의 예상을 빗나간 수도권의 약진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두산은 디펜딩 챔피언임에도 김현수(28ㆍ볼티모어)의 공백 때문에 우승후보로 꼽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재 팀 타율 2위(0.292), 팀 평균자책점 1위(3.35)로 투ㆍ타의 조화가 가장 완벽하다. 김태형(49) 두산 감독은 “막을 때 막고, 도망갈 때 도망가니까 결과가 좋은 거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장 기본에 충실한 야구를 하고 있다. 두산이 23일까지 저지른 실책은 7개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다.
정우람(31ㆍ한화), 윤길현(33ㆍ롯데), 정상호(34ㆍLG)가 자유계약선수(FA)로 줄줄이 떠난 가운데 개막 1승4패로 비틀거렸던 SK는 놀라운 반전을 맞고 있다. 팀 타율은 여전히 꼴찌 LG(0.261)에 불과 1리 앞선 8위(0.260)지만 비결은 선발 마운드의 안정이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가 12번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김광현(28)을 필두로 메릴 켈리(28)-크리스 세든(33)-박종훈(25)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등판했다 하면 기본적으로 5이닝 이상을 버틴다.
유력한 꼴찌 후보로 평가 받았던 염경엽(48) 넥센 감독은 초반 예상을 비웃고 있다. 투타 주축 선수들을 대거 잃었지만 4경기에서 4승을 거둔 신재영(27)과 23일 고척 LG전에서 데뷔 첫 승을 올린 신성 박주현(20)이 또 등장했다. 신재영은 다승 1위(4승) 평균자책점 2위(1.37), 박주현도 1승 평균자책점 3.92을 기록했다. 넥센은 이들이 등판한 8경기에서 6승(1무1패)을 쓸어 담았다.
kt의 팀 컬러도 확실하다. 특히 유한준(35)과 이진영(36)의 베테랑 이적생 듀오의 방망이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뜨겁다. 유한준은 타율 4할3리로 전체 2위, 최다안타 공동 1위(29개), 득점 2위(18개), 출루율 2위(0.470)에 올라 있으며 이진영은 타율 5위(0.353)에 홈런 4개, 출루율 3위(0.464)다.
LG 역시 5강 후보로 지목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홈런 1위(9개)를 달리고 있는 루이스 히메네스(28)가 이끄는 ‘홈런 군단’의 덕이다. 2014년과 지난해 2년 연속 팀 홈런 꼴찌였던 LG는 24일 현재 kt와 홈런 공동 1위(22개)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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