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천식질환 치료제 전무… 신약개발 시 글로벌 시장 석권 가능
류마티스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도 적용…“2018년까지 가시적 성과 기대”

10년 넘게 천식을 앓고 있는 김모(42)씨는 최근 천식발작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한 먹는 스테로이드제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혈압과 혈당이 올랐고, 위궤양 진단까지 받았다. 그렇다고 약물복용을 중단할 수도 없어 좌불안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14년 기준)에 따르면 국내 천식환자 186만5,000명 가운데 김씨처럼 스테로이드 치료제가 듣지 않는 중증 천식환자는 9만3,000여명으로 전체 천식환자의 5% 정도다. 하지만 호흡기내과 전문의들은 “지속적으로 황사와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있고, 급격한 고령화로 중증 천식환자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스테로이드계열 치료제를 대처할 신약개발이 절실한 것이다.
중증 천식질환과 같은 ‘난치성 염증질환’ 신약개발이 글로벌 제약사나 국내 제약사도 아닌 대학캠퍼스에서 무르익고 있다. 동국대 고양 바이오메디(Bio-Medi)캠퍼스 내 위치한 ‘개방형 혁신신약 중개연구센터(OTRCID)’가 주인공이다. 동국대는 2011년 의약학, 생명과학, 헬스케어 분야를 특화ㆍ융합한 바이오메디캠퍼스를 열었다. 연구센터는 바이오메디캠퍼스 개교 1년 뒤인 2012년 11월 세계적 수준의 전임상 후보물질 개발을 목표로 미래부의 정부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동국대는 연구센터가 지난해 총액 39억 유로(약 4조8,000억원)에 이르는 ‘신약 잭팟’을 터트린 한미약품처럼 신약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해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후보물질 신약 개발 시 ‘세상에 없던 신약’ 탄생
연구센터가 개발한 난치성 염증질환 치료용 후보물질인 ▦PKD(Pharvis, KU, DU) 1013 ▦AKD(Aju, KRIBB, DU)가 신약 반열에 오르면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천식질환 시장을 석권하게 된다. 연구센터는 지난해 7월 PKD는 한국파비스제약에, AKD는 아주약품㈜에 각각 기술을 이전했다. 연구센터는 이들 업체와 공동으로 난치성 염증치료제 전임상 후보물질 개발 등 신약개발을 추진한다. 연구센터에서는 전(前)임상 단계를 거쳐 임상까지 향후 6년 정도면 신약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경 개방형 혁신신약 중개연구센터 센터장(약대 교수)은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천식 치료제들은 체중 증가, 기분 변화, 골다공증, 위궤양 등 부작용에 노출돼 있고, 근본 치료제라기보다 증상완화를 위한 치료제”라며 “연구센터에서 개발한 후보물질을 바탕으로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 그야말로 세상에 없던 신약(first-in-class)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센터가 난치성 염증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미국 천식치료제 시장은 2013년 기준으로 117억 달러 규모로 매년 2,6% 증가하고 있다”면서 “특히 중증 천식질환 치료제는 미국과 유럽에서 연간 75억 달러 규모이기에 신약이 개발되면 특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증 천식질환과 함께 소아특발성관절염 등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도 기여할 것으로 연구센터는 기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관절염은 외부의 세균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킨다. 하지만 류마티스관절염은 외부 세균에 맞서 싸워야 하는 몸의 면역기관이 오히려 자신의 관절부위를 공격해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소아특발성관절염 등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스테로이드 약을 먹다가 상태가 악화하면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한다. 하지만 약값이 비싸 환자의 경제 부담이 크다. 이 센터장은 “연구센터에서 개발한 AKD 물질은 관절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독성이 없고, 근원적 치료가 가능한 신약 개발을 통해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올리는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의 말은 결코 ‘허언(虛言)’이 아니었다. 연구센터는 최근 3년간 미국과 국내에서 24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 등 26개의 논문을 발표했다. 기초 연구성과를 임상단계로 연계하는 시스템이 취약해 신약개발 성과가 저조한 국내 의약계 한계를 극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센터는 ‘기초연계 후보물질발굴 사업’이 완료되는 2018년까지 난치성 염증치료제 개발 등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에 진입 가능한 전임상 후보물질 개발에 전념할 예정이다. 연구센터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연구재단에서 연구개발비로 60억원을 지원 받고 있다. 이 센터장은 “의약학, 생명과학, 헬스케어 분야를 특화ㆍ융합한 동국대 바이오메디 캠퍼스에서 염증관련 희귀ㆍ난치병 치료제는 물론 항암치료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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