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이세돌
흑 알파고
<장면 3> 알파고가 좌하귀 백의 날일자 굳힘에 다짜고짜 1로 붙인 게 매우 특이한 발상이다. 백A, 흑B, 백C로 진행해도 귀가 완벽하게 백집으로 굳어져서 별 득이 없고, 실전처럼 2로 반발 당하면 흑이 더욱 곤란하다는 게 지금까지의 정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배석에서는 그냥 <참고1도>처럼 두는 게 보통인데 알파고가 또 기존 바둑이론에 어긋나는 ‘이상한 수’를 둔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 알파고의 ‘이상한 수’를 섣불리 비판했다가 번번이 낭패를 당했던 해설자들이 이번에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알파고가 1, 2를 교환해 놓고 비로 3으로 손을 돌리자 현장에서 생중계 해설을 하던 송태곤 9단은 “일리?있는 응수 타진”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참고1도>처럼 좌변이 결정된 후에 흑A로 붙이면 백B, 흑C, 백D로 순순히 물러설 게 뻔하다. 흑이 중복 형태여서 전혀 이득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1, 2가 미리 교환됐기 때문에 3에 대해 백이 <참고2도> A~D로 응수해서 흑이 두터워지면 훗날 1부터 9까지 귀에서 크게 수를 낼 수 있다. 대신 하변 흑도 다치므로 지금 당장 결행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뒷맛이 남아 있다는 건 백의 입장에서 무척 신경 쓰인다. 그래서 이세돌이 좌변을 받지 못하고 4로 귀를 한 번 더 지켰고, 알파고가 다시 선수를 잡아 5로 막은 다음 7, 9로 이단 젖힘까지 했으니 앞서 1, 2의 교환이 꼭 손해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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