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 27.9% 조정 후
대부업체들, 금리 낮췄지만
저축은행은 예전 수준 그대로
법정 최고금리 대출 비중
전체 대출의 93% 달하는 곳도
“주먹구구식 적용” 비판 빗발

대형 저축은행들이 거의 모든 신용대출에 법정 최고금리 수준의 이자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초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34.9%에서 27.9%로 낮아진 이후 기존 30%대 이자를 받던 대부업체들은 대출금리를 낮춘 반면, 저축은행들은 예전 금리 수준을 거의 그대로 유지해 “저축은행들이 대부업 최고금리를 즐긴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2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자산 1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 8곳 가운데 6곳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가계 신용대출의 70% 이상을 법정 최고금리 수준(연 27~27.9%)으로 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최고금리 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모아저축은행으로 전체 신용대출의 무려 93.67%에 달했다. 이 저축은행의 ‘마이하우스론’은 신용등급 4~7등급 대출자에게 모두 연 27.2%의 금리를 적용 중이고 ‘모아론’은 90% 이상을 차지하는 5~7등급 대출에 27.19~27.24% 이자를 받고 있다. 모아론은 신용 1등급 대출자에게도 24% 금리를 적용한다.
OSB저축은행도 전체 신용대출의 92.21%가 법정 최고금리 수준 대출이다. 이 은행의 ‘OSB신용대출’은 신용 2등급 이하 대출자에게 모두 27%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고신용자에게 오히려 더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금리 역전’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대부업체가 인수해 설립한 OK저축은행도 전체 신용대출의 81.34%가 사실상 법정 최고금리 수준을 나타냈다. 이 밖에 현대저축은행(75.9%)과 웰컴저축은행(72.06%), HK저축은행(70.32%) 또한 법정 최고금리 대출 비중이 70%를 넘었다.
또 다른 대형 저축은행인 JT친애저축은행은 법정 최고금리 대출 비중이 47.25%로 절반 이하였지만 계열사인 JT저축은행은 75.21%가 법정 최고금리 대출이었다. 대형 저축은행은 아니지만 조은저축은행(96.71%)과 스타저축은행(86.66%), 세종저축은행(74.47%)도 신용대출의 70% 이상이 법정 최고금리 수준을 보였다.
이 같은 저축은행들의 주먹구구식 금리 적용에 비판이 쏟아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자금조달 금리는 최근 저금리 환경을 맞아 많아야 5%를 넘지 않은데, 10% 안팎에 돈을 빌리는 대부업체와 비슷한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다분히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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