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다른 곳을 향해 걸어가~.” 서정적인 목소리에 리듬감 넘치는 드럼 비트와 지직 대는 전자 기타 소리가 포개졌다. 홍익대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디 밴드의 연습실에서가 아니다. 지난 19일 오후 6시 서울 청담동 JYP엔터테인먼트(JYP) 본사 옆 건물 지하 1층. 성진(기타), 제이(기타), 영케이(베이스), 원필(키보드), 도운(드럼)으로 구성된 밴드 DAY6(데이식스)가 신곡 ‘퍼스트 타임’을 연주하고 있었다. 내달 28일~29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에서 열 공연을 위한 합주다.
23㎡(7평)남짓의 연습실은 기타 등 악기들과 앰프와 이펙터 등 악기 장비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자 장비와 악기를 다루는 다섯 청년의 모습이 제법 자연스럽다. 2PM 등 댄스 아이돌그룹을 주로 내놓은 대형가요기획사에 밴드 합주실이라니. 이 곳은 데이식스와 지난해 앨범 ‘리부트’로 밴드 도전에 나선 걸그룹 원더걸스만 사용하는 합주 공간이다. “낮에는 이 곳과 본사에 있는 연습실을 번갈아 가며 멤버들이 각자 악기 연습을 하고, 저녁에는 이 곳에 모여 합주를 하죠. 원더걸스 선배님들과는 연습 스케줄이 달라 합주실에서 만난 적은 없네요, 하하하.”(제이)
데이식스는 지난해 9월 데뷔 앨범 ‘더 데이’를 낸 뒨 지난달 두 번째 앨범 ‘데이 드림’을 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ㆍJYP에서 밴드를 내놓기는 이들이 처음이다.
‘3대 가요기획사’란 간판이 모든 신인에 득만 되는 건 아니다. 아이돌 기획사 출신 밴드에 대한 음악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연주 실력보다 외모로 팀을 꾸려 실망을 준 ‘무늬만 밴드’ 였던 팀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이식스 멤버들도 “JYP 출신이란 점 때문에 부담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원필은 “연주할 때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트레스가 컸다”고 말했다. 아이돌 기획사 출신 밴드라 조금이라도 연주에서 실수를 하면 더 많은 비난이 돌아올 것이란 걱정 탓이다. 2012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에서부터 기타를 능숙하게 다뤄 주목 받았던 제이와 달리 댄서를 꿈꿨던 영케이는 다른 멤버들이 숙소로 돌아가면 혼자 남아 베이스를 튕기고 또 튕겼다. 손가락 물집은 기본. 동국대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영케이는 “베이스는 리듬감이 중요해 박자감을 익히기 위해 연습실에서 메트로놈만 3개월을 붙잡고 살았다”며 “내게 연습실은 ‘소리를 찾아서’ 같은 공간”이라며 웃었다.
데뷔하기까지 역경도 많았다. JYP는 직접 쓴 곡으로 연주하는 게 아니면 데뷔 시킬 수 없다는 방침을 내렸다. 다섯 청년들은 한 달에 두 곡씩 써 소속사에 보여줬으나, 줄줄이 퇴짜를 맞았다. 2012년 일이다. 다섯 청년이 자작곡으로 칭찬을 받은 건 3년이 지나서였다. 성진은 “2015년에 ‘컹그래추레이션’이란 곡을 써 회의에 들어갔는데 ‘새롭다’란 평을 받았고 그 곡이 데뷔곡으로 결정됐다”며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 때를 떠올리던 성진은 “데이식스 데뷔 직전 노래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곡으로 힘을 얻게 됐다”며 웃었다.
JYP는 데이식스 데뷔 첫 해에 밴드를 음악 방송에 내보내지 않았다. 밴드의 데뷔 앨범부터 방송에서 ‘핸드싱크’(녹음된 연주를 내보내면서 악기를 연주하는 척하는 것)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럼에도, 데이식스의 두 앨범은 입소문을 타고 음악팬들의 귀를 하나 둘씩 사로 잡기 시작했다. 인기 밴드 씨엔블루의 정용화도 이달 초 기자와 만나 “데이식스가 잘 하더라”고 관심을 보였다. 그런 데이식스의 목표는 “방송보다 공연이 더 좋다”는 소릴 듣는 것이다.
“전 래퍼 켄드릭 라마의 음악을 좋아해요. 원필이는 어두우면서도 서정적인 아이슬란드 록밴드 시규어 로스를 좋아하고요. 멤버들의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밴드 형식에 녹여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영케이)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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