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공격수 한교원(26)의 심장이 다시 뛴다.
한교원은 24일 상주상무와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원정에서 2골을 터뜨렸다. 팀은 2-2로 비기는데 그쳤지만 그의 부활이 반갑다. 지난 6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빈즈엉(베트남) 원정에 이은 시즌 3호골. 정규리그 득점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 만이다.
골을 터트린 뒤 한교원은 트레이드 마크인 ‘안경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손가락으로 안경 모양을 만들어 기쁨을 나타냈다. 2014년 교제를 시작한 한 살 연하 여자친구 한 씨를 위한 세리머니다. 그는 “여자친구 별명이 ‘동글이’라 그걸 표현한 거다. (여자친구) 한 사람만 보겠다는 뜻도 있다”며 “작년에 힘들 때 믿고 지지해준 부모님, 팬들에게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도 담았다”고 말했다.
한교원 컴백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한교원은 K리그의 ‘블루칩’이었다. 그는 충주상고-조선이공대 출신으로 철저한 무명이었다. 2011년 한교원의 스피드를 눈 여겨본 허정무(61ㆍ프로축구연맹 부총재) 감독의 부름을 받아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국가대표 감독 눈에 들어 2014년 9월 태극마크를 달았고 작년 1월 호주 아시안컵에 출전했다. 요즘 보기 드문 ‘개천에서 난 용’ ‘아스팔트에 핀 꽃’이라 더 큰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작년 5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인천과 경기도중 상대 선수의 얼굴을 가격했다. 한 차례 팔을 휘둘렀다가 빗맞자 재차 따라가 주먹을 뻗는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을 탔다. 프로축구연맹은 벌금 600만원과 6경기 출전 정지, 소속 팀도 벌금 2,000만원과 사회봉사 80시간 징계를 내렸다. 자필 편지로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그가 늘 반듯하고 예의 바른 이미지라 충격은 더 컸다. 한교원을 오래 본 에이전시 김양희 오앤디 대표는 “(한)교원이가 대표팀 뽑히고 잘 나가며 변했다는 오해를 많이 하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교원은 스타덤에 오르고도 한 동안 승용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연말에 세금 신고를 할 때 목록에 쓸 게 없을 정도로 쇼핑에도 취미가 없었다. 김 대표가 “차 한 대쯤 장만해도 된다. 청바지나 신발도 조금 비싼 걸로 사자”고 말하자 그제야 “그런가요”라고 배시시 웃으며 하나 고를 정도로 검소한 청년이었다. 그는 “아들을 자랑스러워하시던 부모님이 그 일 이후 밖으로 못 나가셨다. 내 잘못으로 주변 사람들이 불행해져 힘들었다”며 “운동장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 복귀전(작년 8월)에서 팬들이 격려해주실 때 너무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올 겨울 한교원은 독하게 훈련에 매달렸다. 땀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동계훈련 연습경기에서 때리는 슈팅마다 네트에 족족 꽂혔다. 그는 다소 투박하지만 빠른 스피드와 탱크 같은 돌파가 일품이다.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전성기의 차범근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지만 시즌 초반 벤치 신세였다. 전북이 새로 영입한 로페즈(26)와 이종호(24), 김보경(27) 등 거물급 선수들이 주전이었다. 묵묵히 기다리던 그는 지난 달 20일 울산 현대전에서 처음 풀타임을 뛰었고 최근 물 오른 모습으로 기회를 움켜쥐었다. 5월부터 전북은 1주일에 두 경기씩 치른다. 자연스레 한교원도 더 많이 출전할 전망이다. 그는 “최근 1~2경기에 일희일비 안 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한교원의 ‘인생극장’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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