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근처에 있는 구립도서관에 책을 납품하기 위해 온 동생뻘 되는 친구가 집에 들렀다. 같이 온 친구는 그녀의 여고 동창인데, 나는 오래 전에 그녀를 먼저 알았다. 그녀가 대기업 홍보실에 근무할 때였고, 사보에 실을 원고 청탁이 우리 인연의 시작이었다. 도서관에 책을 납품하러 온 친구는 혜화동 로터리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같이 온 친구와는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진정한 친구가 된 듯하다. 그러고 보니 둘은 얼마 전에도 만났다. 우리 모두가 알고 지내는 한 커플의 조촐한 결혼식장에서였다. 결혼이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당당하게 같이 살던 그들은 내가 가까이에서는 처음 본 동거 커플이었다. 늦은 그들의 결혼식은 아름다웠고, 안정감이 느껴졌다. 오늘 만난 여고 동창생들은 나를 언니라고 부른다. 젊은 친구가 많은 나는 그들을 데리고 사교계에 왕언니로 진출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내겐 왕언니가 될 수 있는 자질도 주변머리도 없으니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동생뻘 되는 친구들을 만날 때면 그들이 나의 어떤 면을 자꾸 부추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내가 꾹꾹 누르며 사는 개성이라 할 만한 것으로써 열등감의 한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그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지루한 삶에 탄력과 의미를 부여 받곤 하니 소통이 가능한 긴 인연이란 이처럼 고마운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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