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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한남동 외인주택부지, 매각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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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한남동 외인주택부지, 매각 먹구름

입력
2016.04.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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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제한에 절반 7층 이하로 지어야

수익 내려면 최고가 분양 불가피

“폐기물 매립 가능성” 인허가 리스크도

건설사, 수익성 회의적 시각 늘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땅에 1조원 가가운 돈을 투자하는 건 도박이다.”(A건설사 임원)

“다른 미군기지처럼 맹독성 폐기물이 묻혀 있지 않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B건설사 임원)

서울의 얼마 남지 않은 금싸라기 땅으로 관심을 모우고 있는 한남외인주택 부지의 매각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건설사와 시행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남산과 한강이 조화를 이루는 명당”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지만, 사업성에 대해선 점점 더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당초 기대와 달리 흥행에 실패해 유찰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일각에서는 흘러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5월 3~4일 양일간 서울 용산구 한남동 670-1번지 외국인아파트 부지(니블로 배럭스ㆍ6만677㎡)에 대해 매각 입찰을 진행한다. 이 부지는 인근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미군 가족이 30년 넘게 주거공간으로 사용했던 곳으로, LH는 올 1월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과 관련해 국방부로부터 토지소유권을 넘겨받아 매각에 착수했다. 입찰 참가 제한이 없는 대신 최소 입찰금액(6,131억원)을 넘겨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곳이 주인이 된다.

이달 초까지 진행된 부지매각 현장설명회가 성황리에 진행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지만, 정작 입찰일이 다가올수록 건설사들의 관심은 식어가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은 수익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이 부지는 고도제한구역(높이 18m이하 건립 가능 부지 53.4%, 30m이하 43.5%, 20m이하 1.6%)으로 묶여 있어 절반 가량의 땅이 7층을 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조성 가능한 가구수가 600가구를 조금 넘는다. 수익을 내려면 고급화를 통해 분양가를 대폭 높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A건설사 주택사업담당 부장은 “랜드마크화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긴 했지만 냉정하게 보면 아직 용산이 강남은 아니지 않느냐”며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고급화 전략을 펴야 하는데 그럴 경우 3.3㎡당 건축비도 일반단지보다 더 들고 분양가도 올라가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소 입찰가만 적어낸다 해도 부지가격은 3.3㎡당 3,339만원인 꼴인데, 결국 역대 최고 분양가(래미안 블레스티지 3.3㎡당 4,495만원)를 훌쩍 넘어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부지 매입자가 부지 인허가 리스크를 모두 떠안아야 하는 점도 불안요소다. B건설사 임원은 “다른 미군기지처럼 폐기물이 묻혀 있다면 그 매립비용에, 사업이 지체되는 기간까지 고려하면 사업비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고, C건설사 임원은 “건설업계도 이젠 7,000억원의 금액을 부담할 만한 회사는 많지 않은데, 우리는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컨소시엄 구성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이마저도 장담할 순 없다. D건설사 관계자는 “입찰 부담은 덜하겠지만 여러 브랜드가 한 단지에 난립하게 돼 해당 기업의 랜드마크 단지로서 가치도 퇴색한다”고 말했다. 자금 여력이 있는 시행사가 참여해 시공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공사 단가가 저렴한 중국 건설사 등을 선택하는 방안, 혹은 외국업체가 직접 입찰에 나서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한 시행사 임원은 “최근 추세는 조속히 사업을 추진해 분양할 수 있는 소규모 택지 입찰이다”며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녹지그룹 등이 원하는 지역은 중국인 관광객과 연관된 제주, 부산 해운대 등이며 한남동은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지역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34년간 미군이 사용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국인아파트 부지(빨간선 부분) 전경. LH 제공
34년간 미군이 사용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국인아파트 부지(빨간선 부분) 전경. L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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