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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Soft-Power, 냉전을 넘다

입력
2016.04.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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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4월 25일

83년 4월, 소련 공산당 서기장 안드로포프의 답장을 자랑하는 스미스. AP
83년 4월, 소련 공산당 서기장 안드로포프의 답장을 자랑하는 스미스. AP

미국 메인 주 10세 소녀 사만다 스미스(Samantha Reed Smith)가 1982년 11월 소련 공산상 신임 서기장 유리 안드로포프에게 편지를 썼다. “저는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을 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 당신은 전쟁을 원하시나요? 만일 아니라면 전쟁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하실지 말씀해주세요. 이 질문에 대해선 꼭 답변하지 않으셔도 되지만 전 당신이 왜 세계를, 적어도 우리나라를 정복하려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신은 우리가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도록 세상을 만드셨습니다.”

70년대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경쟁에 이어 미ㆍ소가 인공위성으로 막 눈을 돌리던 무렵이었고, 안드로포프는 파르티잔 출신의 강성 지도자로 미국 등 서방 국가에 알려져 있었다. 그 달 ‘타임’의 안드로포프 커버스토리를 읽던 어머니에게 스미스가 “그를 두려워만 할 게 아니라 직접 그에게 전쟁을 원하는지 물어보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고, 어머니는 “너가 물어보면 어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대학 문학 강사였고, 어머니는 메인주 후생부에서 일하던 사회복지사였다.

스미스가 편지봉투에 크렘린 궁 주소를 적어 그냥 우체통에 넣었을 리 없다. 양국, 특히소련 외교ㆍ정보라인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성의가 필요했을 것이다. 어느 한 곳, 한 담당자가 가볍게 여겼다면 83년 4월 12일자 소련 당 기관지 ‘프라우다’에 스미스의 편지 전문이 소개되지 못했을 것이다.

안드로포프의 답장이 텔렉스로 주미 소련 대사관을 통해 스미스에게 전달된 건 25일이었다. “Dear Samantha”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안드로포프는 “정직하게 답하겠다”며 “소련의 모든 시민은 지구상에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떠한 일이든 하려고 합니다”라고 썼다. “우리는 밀을 경작하고, 무언가를 건설하고 발명하며 책을 쓰고 우주 여행을 하는 그런 평화를 원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이들을 위해,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스미스 양을 위해서도요.”

스미스는 안드로포프의 초청을 받아 미국 시민으로선 최초로 그 해 7월 7일 소련을 방문해 2주간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했고, 와병 중이던 안드로포프와도 전화 통화했다. 안드로포프는 84년 2월 별세했고, 스미스도 85년 8월 경비행기 사고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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