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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 스스로 ‘스터디 감옥’에 가둔 취준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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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 스스로 ‘스터디 감옥’에 가둔 취준생들

입력
2016.04.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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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밥터디ㆍ통화스터디 등 매달려

“취업정보 등 서로 공유하자”

이름난 스터디 그룹 진입장벽

입사하기도 전 좌절감까지

“너무 갇혀 지내면 사고 획일화

나만의 강점 계발할 기회 잃어”

이모(23ㆍ여)씨는 올해 1월부터 상반기 취업 필승을 위한 ‘생활 스터디’를 하고 있다. 하루 중 대부분 시간을 다른 취업준비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인ㆍ적성시험, 자기소개서 작성, 모의면접 등을 준비하는 모임이다. 이씨 스터디의 경우 취준생 6명이 매주 월~금 오전9시 서울 종로의 스터디룸에 모여 하루 공부 목표량을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흩어져 개인 공부를 하다가 30분 남짓 주어지는 점심시간에 다시 만나 취업 비법을 공유하는 ‘밥터디(밥을 먹으며 하는 스터디)’를 한다. 귀가 후 오후 11시 스터디원들과 전화로 면접 대비 질문을 주고 받는 ‘통화 스터디’를 마쳐야 이씨의 긴 하루는 끝난다. 이씨는 24일 “서류심사부터 토론, 면접 등 공채 전형을 모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렇게 매달리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최근 삼성, LG를 시작으로 주요 기업들이 상반기 채용에 들어가면서 취준생들이 스스로를 ‘스터디 감옥’에 가두고 있다. 올해 취준생들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급하다. 대졸자가 쏟아져 나온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1.8%로 역대 3월 중 가장 높았던 반면, 30대 그룹 중 21곳이 지난해보다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비슷한 규모를 유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한모(23ㆍ여)씨도 이달부터 졸업 동기와 ‘영상통화 스터디’를 하고 있다.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동네 독서실에서 상대 모습이 보이게 노트북 카메라를 켜놓고 공부하는 것이다. 이씨는 “채용 일정이 진행되는 동안 1분이라도 해이해지지 않으려 친구와 머리를 짜냈다”고 했다.

하지만 자기 시간을 타인 감시망에 두는 스터디에 스스로를 속박시켰다가 되레 목표의식을 잃고 헤매는 취준생들이 많다. 매일 오후 10시 서울 한 대학 도서관 앞에서 퇴실 확인 모임을 하고 있다는 김모(25)씨도 그 중 하나다. 김씨는 “친구들과 실컷 놀다가 출석체크 시간이 다가오면 학교로 와 얼굴만 비추고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점점 스터디의 노예가 돼가는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취업 잘되기로 이름난 스터디의 경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취준생들은 입사하기도 전에 좌절감을 맛보기도 한다. 지난해 7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취업스터디에도 진입장벽이 있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회원 59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2%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중 15%는 ‘스터디 장벽이 취준생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최모(25)씨는 “지난달 유명 스터디에 들어가고 싶어 자격증과 공인영어 점수, 자기소개서 등을 운영자에 보냈다가 탈락했다는 문자를 받고 허탈감마저 들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최악의 취업난에 취준생들이 비슷한 처지의 또래와 집단의식을 나누는 것은 이해하지만 스터디 자체에 집착할 경우 도리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취업정보업체 관계자는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스터디라는 테두리에 갇혀 지내다 보면 사고가 획일화돼 개인의 강점을 계발할 기회를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릴 때부터 치열한 입시를 거치며 경쟁의 무서움을 익히 체득한 20,30대가 다시 취업시장에 내던져지면서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며 “취준생들이 마음가짐을 바꾸는 일 못지 않게 기업이 정확한 인재상을 제시해야 혼란이 잦아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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