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화합ㆍ경제정당화 위해
金 대표 역할 계속 필요
문재인ㆍ중진 등 공감대 형성
“전대 연기는 金대표 추대론”
당권 도전 인사들 설득 변수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는 가운데 전당대회 연기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4ㆍ13 총선 이후 경제ㆍ민생 이슈를 주도하려면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역할이 계속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당내 권력 투쟁으로 원내 1당을 만들어준 총선 민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측은 김 대표의 역할론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사실상 자신들을 대표할 주자가 없고, 대선을 앞두고 당이 경제 이슈를 주도하는 데 김 대표만한 적임자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합의 추대 등 대표 선출 방식에는 문 전 대표가 개입할 위치가 아니라는 원론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24일 “김 대표가 직접 ‘추대’나 ‘전대 연기’를 언급한 적이 없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김 대표의 역할이 필요한지 여부만 판단하면 되는데 일부에서 추대 논란으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영입 제안을 수용한 것은 총선이 아닌 정권교체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인 만큼 경제ㆍ민생을 챙기는 수권 정당을 만드는 데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주장이다.
반면 당권 도전을 검토 중인 인천시장 출신 송영길 당선자와 이인영 정청래 의원 등 586인사들은 합의추대는 물론 전대 연기론에도 부정적이다. 전대 연기론은 변형된 김 대표 추대론에 불과하고, 경쟁 없이 특정 계파가 원하는 인물을 세울 수 없다는 논리다.
이런 상황에서 다선 당선자들 사이에 당내 화합과 경제 정당화를 명분으로 김 대표 역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의 잔여 임기인 내년 2월까지 전대를 연기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향후 당내 논의 과정에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전대 준비에 최소 두 달은 걸린다”며 “그 과정에서 의견들을 수렴하면 대안이 만들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비공개 만찬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두고 양측간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를 하면 상처를 받게 된다”며 김 대표에게 전대 불출마를 권유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어 “당에 수권비전위원회를 만들어 (김 대표가) 대선까지 경제민주화의 스피커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했다. 이에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경선 출마를 권유해서 ‘전혀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만찬에선 수권비전위원회 제안은 없었던 걸로 안다”면서 “김 대표가 ‘문 전 대표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화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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