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는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을 향해서는 북한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길 바란다고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미국과 EU 간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 진전을 위해 독일 하노버를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잠수함 미사일 실험을 염두에 두고 “북한은 계속해서 도발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미국)는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도록 유도하는 성과를 냈지만 완전히 우리가 원하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하며 중국에 압박 수위를 높여달라고 암시했다.
또 A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중단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앞서 23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이 연례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북한은 핵실험을 중단할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유럽 사이의 자유무역협정은 양국에 이득이 될 것”이라며 TTIP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을 칭찬하며 “난민 문제에 있어 메르켈 총리는 역사의 바른 쪽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리아에 ‘안전 영역’을 설정하자는 메르켈 총리의 제안에는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많은 군사적 개입이 필요할 것”이라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진전이 더딘 TTIP 협상에서 타개책을 찾기 위해 25일 하노버에서 메르켈 총리는 물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도 비공식 회담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특히 독일에서는 TTIP를 통한 미국의 ‘세계화 공세’에 우려를 표명하는 여론이 늘고 있다. 23일 하노버에서만 2만명이 TTIP 반대 집회에 나섰고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미국의 양보가 있어야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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