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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법사위원장 쟁탈전

입력
2016.04.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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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도 새해 예산안은 해를 넘겨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대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박영선 위원장이“경제력 집중을 가져올 재벌특혜법”이라며 외국인투자촉진법의 법사위 처리를 막는 바람에 여야 원내대표의 쟁점법안 일괄타결 합의가 어그러져 새해 예산안 처리에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여당은 물론 야당 내 일각에서도 박 위원장의 독선이라는 비난이 무성했다. 외촉법은 결국 야당 지도부의 압력으로 법사위 간사 손에 위원회 의사봉이 넘어간 뒤에야 통과됐다. 박 위원장 스스로는 분을 못 이겨 눈물을 뿌렸다.

▦ 19대 국회 후반기에는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여러 차례 법사위 심사를 거부하는 바람에본회의 상정이 지연됐다. 지난해 12월 여야가 합의한 관광진흥법 등 5개 쟁점법안을 두고 이른바 ‘숙려 기간’을 거치지 않아 국회법 위반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 바람에 이 법안들은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국회의장의 첫 직권상정 절차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한나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추진한 법안의 처리를 막는 경우가 여러 차례였다.

▦ 국회 법사위의 기본 임무는 각 상임위에서 처리한 법률안의 체계와 자구 심사, 수정이다. 하지만 의사 일정과 법안 상정 권한을 갖고 있는 법사위원장이 거부하면 본회의 상정이 불가능하다. 단순한 통과절차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법안 심의의 높은 문턱이 돼 왔다. 법사위는 상원, 법사위원장은 상원의장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여당은 한줌도 되지 않는 권한으로 무소불위 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볼멘 소리를 한다. 국회의장 위에 있다는 비아냥도 잇따른다. 위원장 개인의 소신에, 때로는 당리당략에 치우쳐 법사위원장이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 처리를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는 행위를 두고 논란이 없을 수 없다.

▦ 20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여야 간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물밑 신경전이 치열한 모양이다. 여당은 제1야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노릴 요량이면 법사위원장을 내놓으라는 입장이다. 관례적으로 국회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아 왔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갖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여야의 원 구성 절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대 국회가 제 시간에 정상적으로 개원할 수 있을지 벌써 걱정스럽다.

/정진황 논설위원 jhch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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