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은 양국의 해상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한 결과다. 아시아ㆍ태평양 해상을 앞으로도 계속 ‘통제’하려는 미국에 맞서 중국은 해양경제력 제고와 군사력 확장을 동시에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아시아를 넘어 유럽 일부까지 지배해온 대륙의 강자였지만 해양에서만큼은 치욕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근대화 실패 이후 서구열강의 침탈이 모두 해양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이는 중국이 그간 해양 강대국의 자유로운 해양 이용을 반대하는 연안국의 입장을 취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가 등장하면서 중국은 확실히 달라졌다.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해양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해양강국’을 국가적 전략과제 중 하나로 삼은 것이다. 시 주석은 “해양강국은 중국의 핵심이익을 사수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말로 강력한 해군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국이 해양강국의 한 축으로 삼고 있는 군사력 증강은 지리적으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통해 표출될 수밖에 없다. 실제 중국은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관문인 이들 지역에서 연이어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기지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미 융싱다오(永興島)에는 HQ-9 지대공미사일 포대와 대함미사일 YJ-62는 물론 J-11과 JH-7 등 주력전투기들을 배치했다. 화양자오에는 고주파 레이더까지 건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변국들의 반발에는 힘의 우위를 통한 무시ㆍ강행ㆍ위협으로 일관하는 독선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필연적으로 미국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아태지역 해상로 전체를 사실상 통제해온 미국은 지난해부터 외교ㆍ안보전력을 아태지역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호주 북부해안에 미군기지를 설치키로 했고, 필리핀에는 5년만에 군사기지를 재가동할 예정이다.
미국은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아예 ‘통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내세워 동중국해 내 중국 인공섬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미국 핵항모 스테니시호와 중국 군함들간 일촉즉발의 위기가 두 차례나 벌어졌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남중국해에서 미중간 긴장이 고조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의 해양통제와 중국의 해양강국 전략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아태지역에서의 영향력 축소를 우려할 수밖에 없고 중국은 미국의 해양패권에 균열을 내지 않고서는 해양굴기 현실화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어서 양국간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