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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Help me understand(이해가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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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Help me understand(이해가 안 되는데)

입력
2016.04.2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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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환경에서는 ‘To succeed you have to persuade others.’라고 말한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남을 설득해야 하고 감동까지 주어야 하는데 그 기본은 역시 표현이고 언어다. 경제 잡지 Forbes에서는 가장 효과 있는 표현법과 짜증나는 표현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는 문법 규칙과 별개로 신경 써야 할 언어다.

가령 ‘I’m out of pocket until next week.’같은 문장은 ‘다음 주까지는 시간이 없다’는 의미로 한 말인데 문제가 많다. 우선 이 말은 1940년대에 당구장에서 쓰던 표현으로서 당시에는 ‘out of place, out of order’ 의미였는데 어찌된 것인지 이 말을 쓰는 99%의 사람들은 미국의 수도 Washington D.C. 행정 관료들이라고 한다. 민원이 들어오면 ‘Hey, Tom, I'm going to be out of pocket today’라고 말하는데 이는 ‘unreachable, out of communication, unavailable’의 뜻이기 때문에 ‘나 오늘 연락 안될 거야’ 라는 말이 얼마나 권위적이고 안하무인의 느낌인지 알 수 있다. 또 다른 표현 중에는 ‘Let’s talk around that’인데 이는 정치인들이 ‘언제 얘기 한 번 합시다’의 뜻이고 캐주얼 대화에서 ‘Let’s get together some time’만큼이나 허언이고 공치사 언어다. 직장 회의에서 상사가 ‘Core Competency’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경영학 이론에서 차입한 언어일 뿐 실제 의미는 ‘경쟁력’이고 ‘장점’일 뿐이다. ‘They will get you to drink the kool-aid.’문장도 자주 듣는 말인데 ‘회사가 결국 자기들 맘대로 시킬 거야’라는 의미인데 소름끼치는 말이다. 1978년 Jonestown 주민 1,100명 중 913명이 청산칼륨을 넣은 레몬 맛 Kool-Aid를 마시고 자살한 사건인데 모두가 속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런 끔찍한 사건의 표현 ‘drink the kool-aid’를 ‘싫어도 시키는 대로하다’의 뜻으로 쓴다는 것은 강압적인 기업 문화 표현이다. 또 다른 용어 중에는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We had a critical learning from that project.’ 이나 ‘We documented the team’s learnings.’ 문장의 learning은 ‘지식’ 의미로 쓴 것인데 이는 뭔가 아는 체 해야 하는데 적절한 어휘가 생각나지 않아 쓰는 표현이고 ‘We learned a lesson from that project.’처럼 간단하게 쓰면 되는 말이다. 고객 지원의 의미로 ‘Full Service’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인데 이는 80년대에 미국 주유소에서 full service 급유를 연상케 할 뿐 영어다운 발상도 아니다. ‘At the end of the day’ 도 간단하게 later로 대체 가능하고 ‘Unintended consequences’ 어구는 ‘Failed to anticipate’(예상치 못하다)는 의미다.

이 외에도 직장에서 자주 듣는 ‘It is what it is.’(어쩔 수 없는 것) ‘It’s all good’(다 잘 될 겁니다) ‘Do more with less’는 좀더 효율적으로 일하라(Work smarter)는 뜻이다. 상사가 ‘Help me understand.’라고 말하면 그 말뜻이 ‘I disagree’인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쉽지 않다. 기업이나 관료 문화에서는 포장된 언어가 여전히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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