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브랜드가 성장시킨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최근 수입 브랜드가 약진하고 있다.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고가 제품이 많지만, 황사와 미세먼지 등으로 ‘숨 쉬는 걱정’을 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수요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24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약 6,000억원 수준이었던 공기청정기 시장은 올해 1조원에 육박할 만큼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기청정기 대여·판매 대수도 지난해 90만대 수준에서 올해 1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급성장하는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기존에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였던 코웨이·청호나이스·교원웰스 등 국내 생활가전 업체 외에 수입 브랜드가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웨덴 공기청정기 블루에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 급증했다. 일시불 판매가가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고가 제품이 대부분이지만 2014년 국내에 들어온 이래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남의 유명 산후조리원이 블루에어 공기청정기를 신생아실에 비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블루에어는 최근 사무실과 어린이집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신제품을 내놓고 기관과 기업으로 판로를 넓히기로 했다.
프라이팬을 비롯한 주방용품으로 유명한 테팔도 지난달 공기청정기 ‘인텐스 퓨어 에어’를 내놨다. 새 제품에는 4단계 필터가 들어가 있는데 1단계 프리필터가 머리카락·먼지 등을, 2단계 활성탄 필터가 담배연기와 냄새를 걸러주고 3단계 필터가 초미세먼지·집먼지진드기·곰팡이 등을 걸러준다. 4단계 나노캡처 필터는 화학반응을 통해 포름알데히드 입자를 잡아준다. 기존 공기청정기는 필터가 포화 상태가 되면 포름알데히드가 공기 중으로 다시 흘러나왔지만, 나노캡처 필터는 포름알데히드 입자를 계속 붙잡아두기 때문에 훨씬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게 테팔의 설명이다. 1997년 한국법인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매출이 40배 이상 늘어난 테팔은 공기청정기 등으로 사업군을 넓혀 올해 한국 시장에서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자랜드가 수입하는 일본 공기청정기 브랜드 카도와 영국 가전기업 다이슨이 이달 내놓은 퓨어 쿨 링크 등도 100만원 안팎의 적지 않은 가격이지만 국내 시장에서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기존에 생활하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물과 공기 등에서부터 ‘건강을 위한 변화’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다양한 공기청정기를 찾는 이들이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조사업체 GFK의 자료를 보면 1분기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대여·판매수량이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지만, 금액은 85% 늘어 고급화 추세가 뚜렷하다”며 “공기청정기 시장이 당분간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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