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법안 처리 수문장 비중 커져
16대 이후엔 野가 계속 맡아
20대 국회의 첫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이 3각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각 상임위 법안 처리의 수문장 격인 법사위원장의 비중은 더 커진 상태다. ‘상원 의장’이란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법사위원장을 노리며 3당이 각자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
16대 국회부터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이었다. 박헌기 함석재 김기춘(16대ㆍ신한국당) 최연희 안상수 최병국(17대ㆍ한나라당), 유선호 우윤근(18대ㆍ통합민주당 민주당), 박영선 이상민(19대ㆍ민주통합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민주) 의원까지, 예외 없이 당시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4ㆍ13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만들어지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다수당인 여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것”이라며 20대 국회에서 야당이 다수당이 됐기 때문에 국회의장에다 법사위원장까지 맡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으로선 여소야대 정국에서 법안심사소위 및 상임위 구성에서 더민주, 국민의당의 야당 연합군에 밀릴 가능성이 커 법사위원장까지 넘길 경우 여당에 불리한 법안이 일사천리로 본회의까지 가는 걸 막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국회의장을 더민주에 양보하더라도 법사위원장은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더민주는 “16대 국회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야당이자 원내 1당으로서 지금의 더민주와 같은 위치였는데, 법사위원장을 맡았다”며 관례 대로 제1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 다른 야당인 국민의당은 더민주와 새누리당 사이에서 국회의장을 어느 한쪽에 밀어주는 대신 법사위원장을 보장 받으려는 심산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국회의장을 꼭 더민주가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장 배정 등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청와대와 직결돼 있는 운영위원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요성이 커지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 등 각 당이 반드시 사수해야 할 상임위원장 자리가 많아 법사위원장 확보를 둘러싸고 각 당의 계산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일단 각 당은 새 원내대표들이 정해진 후 본격 협상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벌써부터 과거 원 구성 사례들을 찾으며 치밀한 논리 준비에 들어갔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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