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부터 한국은행 기자실에선 한은이 경제성장률을 얼마나 내릴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이날 오후 1시 30분에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발표가 예정돼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 출입 기자들은 한은이 기존 3.0%였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내릴 거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기획재정부에서 해당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사전 배포한 탓입니다. 기재부가 이날 오전 10시에 배포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 시ㆍ도지사협의회 개최’ 보도자료(엠바고 당일 오후 3시 20분)에는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한국은행도 경제성장 전망을 3.0%에서 2.8%로 하향조정했다”는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모두발언이 담겨있었습니다.
기재부에선 이 자료의 엠바고가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발표 이후로 돼 있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여겼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은은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고, 기재부 출입 기자를 통해 이를 알게 된 한은 출입 기자들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정 경제성장률 전망치 발표는 한은 총재가 담당기관인 한은을 대표해 시장에 가장 먼저 알리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입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은이 2.8%로 낮췄다는 소식이 사전에 전해지면서 당연히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 발표도 김이 새고 말았습니다. 이날 오후 2시 한은 기자실에서 있었던 경제성장률 전망치 설명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5개 미만에 그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제기되는 한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총선 전 한국판 양적완화부터 총선 이후 기업구조조정까지 다양한 방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이 놓은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뜻일 겁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정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은 간의 정책 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두 기관 간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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