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근(33ㆍkt)의 시계는 1년 전에 멈춰져 있는 듯했다. 지난해 5월 짧고 강렬한 일주일을 보냈던 박용근이 퓨처스리그에서 치른 복귀전에서 ‘멀티히트(1경기 2안타 이상)’로 건재를 과시했다.
박용근은 22일 전북 익산에 있는 국가대표 야구 훈련장에서 열린 KIA와 퓨처스리그 홈 경기에 5번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가 2회 첫 타석에 들어서자 양 팀 더그아웃도 집중했다. 지난해 5월24일 수원 한화전에서 홈으로 쇄도하다 골절상을 입고 시즌을 조기 마감한 뒤 근 1년 만에 치르는 첫 실전이었다.
박용근은 KIA 선발 유창식(24)을 상대로 복귀 첫 타석에서 좌전안타를 친 뒤 3회 중전안타, 4회에는 볼넷을 골라내며 1년의 공백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지난해 4월 LG에서 트레이드된 뒤 잠시 고전하다가 5월24일 수원 한화전에서 오른 발목 골절상을 입기 직전까지 박용근의 방망이는 뜨거웠다. 당시 일주일 타율이 4할2푼9리(21타수 9안타)에 이르렀다. 부상을 당하고 앰뷸런스에 실려나가던 박용근의 모습에 조범현(56) 감독과 동료들, kt 팬들까지 안타까운 표정이 역력했다.
숱한 위기와 좌절에도 투지와 근성으로 버텨 온 박용근은 핀을 박는 큰 수술을 받고 휠체어에 의지해 건강한 몸을 되찾는 데만 긴 시간을 보냈다. 이후 피나는 재활을 거쳐 의욕적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으나 이번엔 왼 발목 부상으로 조기 귀국하며 복귀가 미뤄졌다. 개막전 출전의 부푼 꿈을 또 접어야 했던 순간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지쳐 있을 박용근의 빠른 회복을 위해 트레이닝 파트에서 밤낮으로 도왔고, 잔류군, 육성군 코칭스태프의 세심한 조언도 큰 힘이 됐다. 그리고 누구보다 박용근의 곁을 든든히 지킨 인생의 동반자는 여전히 본업보다 내조가 우선인 가수 채리나(38)씨다.
유한준(35)과 이진영(36)이 가세해 맹활약 중인 kt의 외야 경쟁률은 치열해졌으며 내야에도 3루에 앤디 마르테(33), 2루에 박경수(32), 1루에 김상현(36)이 버티고 있다. 그러나 박용근의 부상 이후 유격수 자리는 여전히 물음표다. 올 시즌에도 박기혁(35)과 김연훈(32)이 유격수와 3루 백업 등을 맡고 있지만 22일까지 타율이 각각 2할4푼4리와 1할8푼에 그치고 있다. 여러 모로 박용근의 1군 복귀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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