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따라 과천, 춘천까지
동네 쳇바퀴 벗어나볼까
내게 맞는 자전거를 구했다면, 이젠 타고 나갈 차례다. 자전거 인구가 1,000만명 넘게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주변에 잘 닦인 자전거 도로망이다. 하천과 폐철로 등에 안전하고 편안한 자전거 도로망이 조성돼 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한강을 중심으로 각 지천과 촘촘하게 연결된 자전거도로는 또 하나의 대중교통망처럼 이용할 수 있다.
한강과 지류를 따라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면 이젠 한강으로 나갈 차례다. 강으로 나가면 시야가 뻥 뚫린다. 요즘같이 봄볕 따뜻한 날이면 몸도 마음도 청량해진다. 한강 주변은 자전거도로가 끊기지 않아 멈추지 않고 장시간 라이딩이 가능하다. 또 대체적으로 평지라 힘들이지 않고 탈 수 있다.
한강의 남북을 오가며 타려면 건너는 다리를 미리 정해 놓는 게 좋다. 강을 건너기 편리한 다리는 잠수교다. 한강 자전거도로와 바로 연결돼 있다. 다른 다리는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잠수교 외에는 잠실대교 잠실철교 광진교가 비교적 자전거를 이용해 건너기 좋다.
한강 라이딩의 중심인 반포엔 자전거족들의 성지로 불리는 ‘반미니’가 있다. 반포미니스톱의 줄임말인 반미니는 동서남북 모든 방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중심이라 동호회 회원들이 모임의 거점으로 삼는다. 자전거족들은 이곳에서 라면이나 김밥으로 허기를 달래며 서로의 자전거를 비교하고 새로운 정보를 나눈다. 반미니 옆에는 자전거 수리점도 있고 자전거 대여소도 있다.
하트코스는 한강과 주변 하천을 잇는 대표적인 코스다. 한강과 탄천, 양재천, 학의천, 안양천을 잇는다. 코스의 모양이 하트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일주거리는 70여㎞. 이 코스의 당일 완주는 초보딱지를 떼는 관문으로 여겨진다. 한강은 성산대교-청담대교 구간을 달린다. 이후 탄천길로 들어섰다가 다시 양재천을 타고 양재시민의숲을 지나 남으로 향한다. 과천 시내의 과천중앙공원에서 천변 자전거길이 끝나고, 이때부터는 찻길을 따라 인덕원으로 넘어가야 한다. 관양교에서 학의천 자전거길을 만나고 이후 안양천과 합류하게 된다.
남한강길ㆍ북한강길
페달이 익숙해지면 서울을 벗어나보자. 서울 인접 자전거길 중 최고로 꼽히는 구간은 팔당역과 북한강철교를 지나는 남한강 자전거길이다. 전철을 활용하면 좋은 구간이다.
남한강길의 중심은 팔당역이다. 역 주변엔 자전거 대여소가 매우 많다. 팔당역에서 양평 방향으로 가는 길, 폐철로 구간을 여러 번 지난다. 폐철로 구간은 언덕 높은데 있어 전망이 좋다. 팔당댐 옆을 통과하는 봉안터널을 지나면 너른 팔당호와 만난다. 다산 정약용 유적과 가까운 능내역을 지나 두물머리 입구에선 북한강철교를 지난다. 두물머리를 차분히 돌아본 뒤 인근 양수역이나 운길산역을 통해 복귀하던가, 여력이 있으면 양평역까지 질주한 뒤 돌아오는 방법도 있다.
운길산역을 중심으로 북한강을 따라가면 춘천까지 이른다. 주변의 산이 높고 강이 깊어 시원한 조망을 자랑한다. 운길산역에서 의암호 북단 신매대교까지는 73㎞. 길은 강변의 언덕 위를 지난다. 일부 구간 오르락내리락 기복이 있다. 열차가 지나던 폐터널 2곳도 지난다.
고통 속에 피어나는 업힐의 성취감
강변을 달리며 거리에 자신감이 붙었다면 이젠 업힐이다. 페달을 밟아 고갯길을 오르는 고행이다. 가쁜 숨은 목까지 차오르고 심장은 폭발할 것 같다. 다리 근육은 쥐나기 직전이고 얼굴은 구겨질대로 구겨진다. 왜 자전거로 산에 오르는 걸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될 것 같지만 페달을 꾸역꾸역 밟아 고갯마루에 올라섰을 때의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서울 시내 업힐의 명소는 남산과 북악산이다. 이 두 곳을 한 번에 오르는 이들이 많다. 남(산)북(악)콤보 혹은 남북코스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한남동에서 출발해 남산을 올랐다가 내려와 숭례문, 광화문을 거쳐 북악스카이웨이를 통해 북악팔각정에 오르는 코스다. 한남오거리에서 남산을 거쳐 북악팔각정까지 거리는 약 15㎞로 상승 고도는 약 800m 정도 된다.
북악팔각정 또한 자전거족들에겐 의미를 두는 장소다. 매년 초 이곳에선 수백 명의 자전거동호회원들이 모여 시륜제를 개최한다. 봄철 본격적인 시즌을 시작하는 자전거 동호인들이 한 해의 안전 라이딩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내는 행사다.
남산을 오르는 길엔 최근 중국인관광객을 태우고 와 정차한 버스들 때문에 조금 위험해졌다고 한다. 북악산길은 옆을 스치며 지나는 차량을 조심해야 한다. 초보의 경우 초반 무리해 올라가다 힘이 달려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고. 이때 차에 치이는 큰 사고가 발생한다. 내리막에 대비해 오르기 전 반드시 브레이크 상태 점검을 해야 한다.
교외의 업힐 코스로는 팔당호 옆의 경기 광주 분원리가 많이 꼽힌다. 남한강변을 끼고 달리며 허벅지에 긴장감을 주는 적절한 높이의 고갯길이 이어진다.
양평에는 ‘뚜르드업힐코스’로 불리는 코스가 있다. 양수리에서 출발해 벗고개-서후고개-명달고개-다락재-비솔고개 등 5개 고개를 잇따라 넘어 용문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경사가 급한 곳이 곳곳에 있고 총 길이도 70㎞ 이상이라 초보자에겐 무리다.
업힐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건 백두대간 큰 고개 5개를 넘는 ‘오대령’. 출발지는 강릉이다. 이곳에서 옛영동고속도로로 대관령을 넘어 평창의 속사까지 내려와선 이승복기념관을 스쳐 구름도 쉬어 넘는다는 운두령을 넘고 또 구룡령을 넘어 다시 백두대간 동쪽인 양양에 이른다. 다시 대간을 넘을 차례. 이번엔 한계령이다. 오색 주전골 등 설악의 비경을 지나지만 한계에 달한 체력으로 주변 풍경이 쉬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렇게 한계령을 넘어 인제 원통을 찍고는 마지막 고개 미시령을 넘는다. 백담사 입구를 지나 고갯마루에 오른 뒤 마지막 내리막 라이딩엔 장쾌한 울산바위와 멀리 푸른 동해바다가 반겨준다.
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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