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쌍둥이 형제가 나타났다. 아이들은 골목을 어슬렁거리다 대문이 열려 있는 집으로 들어가 개를 쫓으며 깔깔댔고, 길고양이들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마주칠 때마다 행복한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 이층집 기품 있는 여인이 아이들의 할머니였다. 자꾸 권해서 그 집에 들어가 차를 마신 적도 있지만, 밤톨처럼 예쁜 초등학교 2학년인 외손자들을 보게 될 줄 몰랐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꽤 오랫동안 못 봤던 아이들의 할머니와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어딘가로 사라졌던 쌍둥이가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할머니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아이들도 할머니를 좋아하는 것 같아 ‘내리사랑’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내겐 귀한 풍경으로 보였다. 그때 한 아이가 평소에 품고 있던 불만을 불쑥 말했다. 할머니가 ‘지저분한’ 우리 동네를 떠나 자신들이 살고 있는 강남으로 이사 오지 않는 것이 섭섭해서 한 말이었다. 보고 섰던 나는 “너희들 아파트에서 살지?”라고 물은 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뜻밖의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갔다. “이런 데서 사는 게 진짜 멋있게 사는 거야!” 지극히 주관적인 내 뜻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객관적 논거가 필요했으나, 먹히지도 않을 거란 생각으로 다 생략하고 결론부터 말한 내가 먼저 깜짝 놀랐다. 눈이 휘둥그래졌던 아이들에게 나는 얼마나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을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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