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2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논의한 나라살림 운용 방향은 ‘꼭 써야 하는 곳에 필요한 만큼만 나라 돈을 쓰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골자다. 고령화로 급증하는 복지 지출 증가 등 지출의 부담은 점차 커져만 가는 상황에서, 이대로 수수방관하다가는 나라 곳간이 곧 거덜이 날 것이라는 위기 의식에 따른 결정이다. 지금까지보다 강력한 방안들을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제대로 된 후속조치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이번에도 공허한 대책에 그치고 말 거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날 대책의 핵심은 재정건전화특별법(가칭). 법으로 국가 지출의 한도를 정하겠다는 것으로, 향후 법 제정 내용에 따라 상당히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중앙정부 채무는 GDP의 40%를 넘지 못한다’고 매우 엄격한 ‘채무준칙’을 만들게 되면, 작년 이 비율이 37.9%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정부의 지출 확대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또 현재 정부입법에만 적용되고 있는 페이고(Pay-go) 원칙이 의원입법에까지 확대된다면, 재원조달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국회의원들의 입법도 원천 봉쇄가 될 수 있다.
분야별 대책들 중에도 눈에 띄는 것들이 적지 않다. 저출산 대책이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성과가 저조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금까지 출산과 양육에 ‘비용’만 지원해오던 방식에서 탈피해 ‘시간’을 지원하는 정책을 병행한다. 난임휴가제,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 육아기 탄력근로 활성화 등이 대표적이다. 또 주거급여, 영구임대주택 등 주거지원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대상을 선정할 때 소득이나 자산뿐 아니라 주거비 부담이나 최저주거기준 등도 고려하기로 했다. 일자리사업과 관련, 공공근로 등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은 줄여나가되, 민간기업과 연계한 취업 지원은 강화할 계획이다.

2025년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추산되는 건강보험기금 등 사회보장기금에 대해 2~5년 주기로 재정전망 주기와 추계방식을 통일해 관리하는 등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비효율ㆍ낭비 보조금 사업 정비로 새는 나랏돈을 막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세수 확충 방안 등 별다른 재원 마련 대책이 없이 지출 억제로만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이번 정부 방안에는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보다 낮게 유지하겠다’는 매년 반복되는 표현이 되풀이됐고, 구체적인 세입확충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자칫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결국 향후 입법 등 실천 과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완규 중앙대 교수는 “과연 위기 상황에서도 계속 허리띠를 졸라매고만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매년 재정을 건전화하겠다는 말을 해왔는데, 이번에 나온 방안들이 세부적인 후속조치로 이어져 어떻게 실천될 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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