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bumper에 붙인 sticker는 미국인들의 유별난 문화다. 적게는 몇 개부터 수십 수백 개를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그 내용에는 이념적인 것부터 욕이나 시비를 거는 것도 많다. 한때 유행처럼 붙이고 다니던 내용 중에는 ‘My Child is an Honor Student at ABC University.’가 있었다. ‘우리 아이는 ABC대학의 우등생이랍니다’라는 뜻인데 알고 보면 그 대학의 홍보라는 얘기도 있고 자식 사랑을 알리는 부모의 마음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이런 스티커를 보고 어떤 사람은 ‘My Child is an Honor Student at ABC Elementary’라고 붙여 웃음을 자아낸다. 초등학교에는 석차도 없고 우등생도 없으니 서로 웃자고 하는 얘기다. ‘I love my kids WHETHER OR NOT they make the honor roll’(우등생 명단이 있는 학교든 없는 학교든 내 아이를 사랑해요)이라는 스티커를 붙인 순진한 부모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삐딱하게 ‘Oh yeah? Well my kid can beat up your honor student’(아, 그래요? 당신 자식이 우등생이라면 우리 애가 그 아이를 가볍게 이길 거예요.) 혹은 ‘My pomeranian is smarter than your honor student’(우리 집 포메라니아 강아지도 당신네 우등생 자식보다 영리할 걸요!)라고 써붙이는 사람도 있다. ‘Previous Owner Had Honor Student!’(이전 차주 자녀가 우등생이었답니다) 또는 ‘My Child is an Honor Roll Student at Hell University’(우리 아이는 지옥 대학에서 우등생이랍니다) 같은 내용도 있다. 또한 유대인이 아니더라도 ‘My Kid Is A Talmid Chacham’(제 아이는 똑똑한 학생입니다)이라고 붙이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탈무드에서 말하는 ‘A wise student’가 뭐 그리 자랑거리라고 스티커를 붙이는지 한심하게 보인다.
후미 범퍼 대신 뒤 유리창에 붙이고 다니는 ‘Baby on board’도 있다. ‘어린이 탑승 중’이라는 이 말은 ‘아이가 탔으니 조심해 주세요’라는 의미도 있고, 교통사고 시에 응급 구조원은 이 스티커를 보고 아이를 먼저 찾아보라는 뜻도 있다. ‘아이가 타고 있으니 제 운전이 이상하더라도 양해해 주세요’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1985년 한 해 유행처럼 번지던 이 스티커는 이듬해 ‘Baby, I'm bored’(아, 지루하다)라는 패러디 스티커가 나돌면서 시들해졌다. 이런 것도 모르고 한국의 운전자 중에는 요즘에도 한국적 표현 ‘My baby in the car’를 영어로 붙이는 사람들이 있다. ‘미래의 판검사가 타고 있어요’ 같은 스티커도 쉽잖게 볼 수 있다.
스티커를 붙이려면 유머가 있는 ‘I'm only speeding cause I really have to poop’(응가가 급해서 과속 좀 하는 겁니다)이나 ‘A close mind is a wonderful thing to lose’(옹졸한 마음은 지는 것) 등이 좀 더 애교 있게 들린다. ‘Peace & Love’ 같은 스티커가 반감이 적고 ‘Coexist’ 스티커처럼 다양한 기호로 표기해 이슬람이나 기독교를 뛰어넘어 모두가 평화를 만들자는 메시지도 있다. Bumper sticker는 붙이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기왕 붙이라면 모두에게 좋은 내용이어야 하지 않을까. 달리는 앞차를 보고 화가 나서 자기도 모르게 액셀을 밟게 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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