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망어선이 통발어선 앞길 막고 들이받아
바다에서 어업구역과 조업방식을 놓고 다투다 보복운항으로 상대 선박을 파손시키고 선원들까지 다치게 한 50대 선장이 붙잡혔다. 이 선장은 인근 어선에 자신이 피해자라고 무선을 전파, 보복운항에 가담시키고 경찰에도 거짓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 포항해양경비안전서는 22일 영덕 축산항 선적 대게 자망어선 U호(9.77톤) 선장 박모(55)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해경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1월17일 오전 7시40분쯤 경북 영덕 축산항 동쪽 18마일 바다에서 대게를 잡던 포항 구룡포항 선적 통발어선 D호(7.9톤)와 어업구역 및 조업방식을 둘러싸고 시비가 붙었다.
신경전을 벌이던 박씨는 인근 어선에 D호가 자신의 배를 치고 달아났다는 거짓 무선을 쳤다. 이에 상황을 오인한 선박 8척이 D호에 접근, 운항을 방해하자 박씨는 그 틈을 타 고의로 자신의 배로 D호 앞부분을 들이 받았다.
이 사고로 D호는 배 앞부분이 1m 가량 부서지고 선원 4명이 충격으로 넘어져 상처를 입었다.
박씨는 또 경찰에 자신이 충돌 피해자라고 신고한 뒤 선박을 곧바로 수리하고 조업을 핑계로 경찰조사에도 응하지 않았다.
포항해경은 3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피해 선박에서 촬영한 동영상과 항법 기록,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박씨가 신고 내용과 반대로 보복운항한 사실을 밝혀냈다.
영덕과 포항 구룡포는 경북 동해안의 대표적 대게 주산지인데다 통발은 자망보다 어획 강도가 강해 두 어업간 분쟁이 빈번하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피해자라고 주장해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하는 등 진상을 밝혀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해상에서 보복운항은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재발 방지를 위해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해상에서 보복운항 피해를 입은 구룡포 선적이 촬영한 동영상. 포항해양경비안전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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