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티셔츠 터지는 거 안 보여?” 22일 오전 10시(현지시간)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시빌 워)에서 하늘을 나는 팔콘 역으로 나오는 할리우드 배우 앤서니 마키가 한국 취재진의 ‘극중 캡틴 팀과 아이언맨 팀과 실제로 맞붙으면 누가 이길 것 같냐’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캡틴 팀에 있는 영웅들이 아이언맨 팀 보다 “더 젊고 탄탄하다”며 한 농담이다.
27일 개봉하는 ‘시빌 워’는 ‘어벤져스’시리즈에서 동료였던 영웅들이 ‘영웅 등록제’를 둘러싸고 두 팀으로 나뉘어 결투를 벌이는 게 핵심 내용이다.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을 중심으로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워 머신(돈 치들),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 비전(폴 베티니) 등이 아이언맨 팀으로 모이고, 정부의 입장을 반대하는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를 중심으로 윈터 솔져(세바스천 스탠), 팔콘, 호크아이(제레미 레너),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등이 캡틴 팀으로 묶여 힘을 겨룬다.
마키는 기자회견 단상 뒤에 걸려있는 영화 포스터 속 아이엔맨 팀을 손으로 가리키며 “나이로 차별하긴 싫지만 늙은 저들은 우리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농담해 현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아이언맨 팀을 두고 늙었다는 뜻의 “올드(Old)”란 말도 다섯 번 넘게 반복해 다시 한 번 웃음을 주기도 했다. 다른 배우들의 생각은 어떨까. 에번스와 스탠도 안마키와 한 목소리를 냈다. 캡틴 팀으로 나오는 배우 에번스와 스탠, 미키, 영화를 연출한 조 루소 감독과 ‘시빌워’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영화 ‘시빌 워’ 속 영웅 12명이 6대6으로 싸운다. 실제로 이들이 싸우면 누가 이길거라 생각하나.
앤서니 마키(마키)=“우리(캡틴 팀)가 얼마나 핸섬하고 탄탄한 지 봐라. 저 아저씨들(아이언맨 팀)은 이제(간담회가 열린 오전 10시)일어날 시간이다. 우린 근육이 있다. 싸움은 근육으로 하는 것이다. 아이언맨팀은 근육이 없다. 있는 거라곤 정장뿐이다.”(그는 이 말을 하며 두 팔을 어깨 쪽으로 들어올리며 팔 근육을 자랑하기도 했다.)
크리스 에번스(에번스)=“비전이 위험하긴 하다. 그런데 완다가 다 조절할 수 있다.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세바스천 스탠(스탠)=“비전이 있어 걱정되긴 하지만, 우리가 충분히 이길 거라 생각한다. 앤트맨도 우리 편이 됐고.”
조 루소(루소)“비전이 모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다. 이게 아이언맨 팀의 약점이고 반대로 캡틴 팀은 전략이 좋다.”
-영웅 액션 물의 약점이 드라마적 완성도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만들었나.
루소=“영웅물 시장은 포화다. 그래서 심도 있고 차별화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걸 만드는 작업에 동생(공동연출한 안소니 루소 감독)과 난 희열을 느낀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중요한 게 배우 캐스팅이다. 좋은 배우들이 캐릭터를 잘 살려줬기 때문에 입체감 있게 전달되지 않았나 싶다. 영화를 만들 때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유머와 위트의 균형감각을 갖추려고 노력도 하고. 이 작품으로 영웅물에 대한 생각을 바뀌면 좋겠다.”
-캡틴 아메리카가 동료인 아이언맨과 처절하게 싸우는데. 그 갈등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나.
에번스=“바로 그 지점이 영화를 역동적으로 만들어줬다. 단순히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입장으로 싸울 수 밖에 없는 친구 혹은 가족 같은 사람들끼리의 대결이라 새로웠다. 보다 많은 상처와 타격을 입기도 했고. 캡틴 아메리카는 이 작품에서 친구와의 갈등뿐 아니라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과의 혼란도 겪는다. 달라진 가치관으로 인해 새로운 삶을 맞으며 겪는 내적 갈등이다. 자신과 함께 자라온 버키(세바스천 스탠)를 버릴 수 없지만, 그로 인해 전우들과 싸워야 한다는 건 캡틴에게도 큰 갈등요소다. 악당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니까. 그게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점이다.”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둘러싸고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갈등을 벌인다. 군인 출신인 캡틴은 반대하고, 자유 분방한 아이언맨은 찬성을 한다. 앞선 시리즈 속 캐릭터와 비교하면 180도 다르다.
에번스=“새 작품을 위해선 반전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캡틴이나 아이언맨에 감정적 동기를 촉발할 계기를 마련했고. 캡틴은 애국심이 강해 그를 바탕으로 흑백 논리로 세상을 바라봤지만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에서 조직의 부패를 확인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아이언맨은 자기 중심적이지만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영웅들의 싸움으로 아이가 죽는 걸 보고 심경의 변화를 맞았다. 이를 계기로 통제의 범위 안에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촬영 현장에서 캡틴 팀과 아이언맨 팀 멤버들 사이 신경전은 없었나.
앤서니=“스파이더맨 역을 맡은 톰 홀랜드는 (우리랑)안 맞다. 스타의식이 너무 심해서. 물도 특정 브랜드 제품만 마시고.
스탠=“‘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와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두 편의 영화에 출연해 악역 윈터솔져와 버키 반즈란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버키 반즈로선 내 동료가 누구인지, 내 미래를 찾아갔다. 생존을 위해서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 사람이 캡틴 아메리카와 팔콘이다. 액션 장면에서 블랙 팬서랑 붙었지만 실제로 싸우진 않았다. 실제로 그와 싸웠다면 너무 힘들지 않았을까.”
-슈퍼히어로 등록제가 갈등의 주 요소다. 실제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나.
에번스=“등록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초인들이 세상을 아무리 많이 구했다고 하더라도, 그런 능력이 있다면 사회나 국가의 어떤 관리나 통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잘못 쓰일 가능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스탠=“에번스의 생각과 같다. 이종격투기 선수들도 그들의 손이 무기라 생각하지 않나. 영웅들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루소=“난 다르다. 영화 속에선 로스 장관이 그 등록제를 주도하는데, 그 인물은 애초 영웅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화두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 사람의 통제 안에 들어가는 건 맞지 않다. 다만 현실이라면, 누가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특정 국가가 아닌 UN 같이 통합된 단체가 관리한다면 찬성이다.”
-한국에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전세계 최초 개봉한다. 한국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루소=“한국 시장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있다. 마블스튜디오 작품이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부분도 있고 에번스가 영화 ‘설국열차’로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전세계 최초 개봉은 한국시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결과라 생각한다.”
에번스=“한국 영화 산업에 대한 특별한 사랑과 애착이 있다. 한국은 세계 영화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싱가포르=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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