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악의 업황으로 국내 조선업계에서 1만5,000여명이 일터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 급감에 해양플랜트 악재까지 겹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에 협력사 줄도산까지 이어진데 따른 것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인력이 감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등 국내 중대형 조선사 9개의 조선 및 해양 관련 인력은 2014년 20만4,635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19만5,000여명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 조선사와 관련된 1, 2차 협력업체 인력이 지난해 5,000여명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에만 조선업계에서 1만5,000여명의 인력이 감축된 것이다. 이는 임시직과 일용직이 포함된 수치다.
과거 국내 조선업계 인력은 호황에 힘입어 급증해 왔다. 2000년 7만9,000여명에 불과했으나, 2002년 9만4,000여명, 2005년 10만4,000여명, 2007년 14만3,000여명, 2008년 15만1,000여명, 2012년 16만9,000여명, 2013년 18만3,022명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최악의 적자를 내며 경영난에 몰린 뒤 인력 증가세가 처음으로 꺾였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부장급과 전문위원, 수석전문위 등 고직급자 1,3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또는 권고사직을 단행해 30%의 인력을 정리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과장급 이상 사무직과 여직원 1,300여명을 줄였다. 삼성중공업도 임원 30% 이상 감축에 임직원 수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올 들어 1분기 선박 수주가 조선업계 통틀어 9척에 그치면서 인력 조정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분기당 100척 정도 수주하던 과거에 비해 일감이 10분의 1로 줄었기 때문이다.
비상 경영 중인 현대중공업은 전체 인원 2만7,000여명 중 10% 이상을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 형식으로 줄이는 내용의 구조조정 방안을 조만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도 수시 희망퇴직을 받고 있으며, 대우조선 또한 해양플랜트 설계 인력을 서울 본사에서 거제 조선소를 내려보내는 등 재배치 등을 통해 사실상 인력 감축 수순을 밟고 있다. STX조선은 정규직 생산 인원의 약 4분의 1이 권고사직을 요구받고 있고, SPP 조선은 매각, 성동조선은 직원들의 희생을 전제로 회생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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