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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 상황은 조선보다 심각... "양대 상선 하나로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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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 상황은 조선보다 심각... "양대 상선 하나로 줄여야"

입력
2016.04.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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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ㆍ한진 경쟁력 이미 상실

“물류ㆍ조선 등에 타격” 신중론도

조선업 구조조정 시나리오는

“M&A 통해 빅2로 재편해야”

“개별 채무조정이 더 효과” 갈려

구조조정이라는 총론에는 여야정 누구도 이견이 없지만, 과연 어떤 식의 해법을 도출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어느 쪽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이 시급한 분야 1순위로 꼽히는 조선과 해운업의 구조조정 방향을 두고 전문가들도 엇갈린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우선 조선업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이른바 ‘빅3’(대우조선해양ㆍ삼성중공업ㆍ현대중공업)의 인수합병(M&A)이다. 이들 중 한 두 곳을 합쳐 ‘빅2’나 ‘빅1’으로 재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조선업계 위기는 빅3가 서로 싼 값에 해양플랜트를 내놓으며 출혈 경쟁을 일으킨 데서 비롯됐다”면서 “한국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대형조선사를 2개로 감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을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이 사주길 희망한다는 얘기들이 끊임없이 나돌지만, 민간에 인위적으로 부실을 떠넘기기는 것은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지적이 많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대형 조선소를 줄이면 중국만 득을 볼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너무 근시안적으로 봐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보다는 개별 구조조정이 더 효과적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무리한 ‘빅딜’보다는 ‘빅3’ 개별회사의 재무적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범용선을 주로 생산하는 중소조선사의 몸집을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조선업 구조조정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대형사들을 합칠 경우 오히려 리스크만 커질 수 있다”며 “개별 회사의 대규모 인력 감축 등에 구조조정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2강으로 있는 해운업은 조선업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해운 업계에서 경쟁력의 핵심은 얼마나 연비가 좋은 최신 선박을 마련해 운임 비용을 낮추느냐에 달려 있는데, 두 업체 모두 지난 10년간 경영 악화로 최신 선박을 갖추지 못해 이미 해외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상조 교수는 “현대상선 등은 용선료 협상에서 성공한다고 해도 이미 뒤쳐진 운임 경쟁력을 뒤집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면서 “정말 빅딜이 필요한 곳은 조선이 아닌 해운업계”라고 말했다. 이만우 교수는 “언제가 될 지 모르는 해운 경기 회복을 기다리며 이미 경쟁력을 잃은 양대 상선을 정책자금으로 연명케 하면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만 커질 것”이라고 했고, 이상우 연구원도 “국적선사가 있기는 해야 하지만 반드시 두 개일 이유는 없다”고 했다.

반면,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류, 조선, 철강업에 줄줄이 영향을 주는 해운업을 너무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는 정부 내에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가 감지된다. 해양수산부는 내년부터는 4대 해운동맹 계약이 종료되면서 공급 과잉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적선사인 두 업체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대해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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