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딛고 새 도전 나선 맹기용 셰프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장래희망란에 ‘요리사’라고 적었던 소년은 커서 ‘진짜 요리사’가 됐다. 20대의 젊은 패기로 레스토랑을 오픈한 그 앞에 펼쳐진 것은 탄탄대로. 그의 레스토랑은 2030 여성 사이에서 소위 ‘맛집’으로 유명세를 탔고 이는 그를 방송섭외 1순위 스타셰프 반열에 올려놓는 계기가 됐다.하지만 지금은?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꽁치 샌드위치 만들기에 도전한 그는 꽁치 통조림 특유의 비린내를 잡지 못했고 이는 자연히 ‘자질논란’으로 이어졌다. ‘맹꽁치’ ‘괴식’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방송제안이 쏙 들어간 것은 기본이고 본인의 레스토랑 지분을 넘기기까지 이르렀다. “준비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욕심만 앞섰던 것 같아요.” 짧은 시간에 온탕과 냉탕을 오간 20대 청년, 맹기용. 그의 모교인 홍익대학교 부근에 위치한 알라또레에서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맹꽁치 논란, 꽁치 통조림 모델로 정면돌파
맹기용 셰프는 현재 중국에서 생활 중이다. 특별한 계획이 있어 그 곳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유 없이, 위축된 상태로 훌쩍 떠났을 뿐이다. 한창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맹꽁치’ 논란도 잊혀지는 듯 했다. 그런데 불현듯 들려온 소식. 꽁치 통조림 모델이라니….최근 동원 F&B는 신제품 ‘고소한 꽁치’ 통조림 CF 모델로 맹기용 셰프를 발탁했다고 밝혔다. 촬영은 이미 마쳤다. ‘맹꽁치’로 뭇매를 맞은 만큼 이 같은 결정이 쉽진 않았을 터. 이에 맹기용 셰프는 “그 일(꽁치 샌드위치)로 인해 회사에 많은 손해를 끼쳤다. 피해를 입혔으니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조심스레 운을 뗐다. “이미 한 차례 민폐를 끼쳤잖아요. 방송 후 회사 주가가 하락했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제가 괜히 모델로 나서서 또 피해를 주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감사하게도 먼저 제안을 주셨으니까.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리고 싶었어요. 너무 죄송해서….”사실 맹기용 셰프에게 꽁치 통조림은 소중한 존재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꽁치 김치찌개를 맛본 후 자칭 ‘꽁치 통조림 마니아’가 됐고 이내 ‘꽁치의 정어리화’를 만들고 싶다는 야심(?!)을 품었다.“꽁치 통조림을 정말 좋아해요. 꽁치 특유의 기름짐도 좋고 등뼈의 식감도 너무 맛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생각해 보니까 꽁치 통조림을 김치찌개로밖에 먹은 기억이 없는 거예요. 예전에 마카오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는 정어리 통조림을 정말 잘 활용하더라고요. 라면에도 넣고 샌드위치도 만들어 먹고. 참치처럼 종류도 많고 패키지도 예뻐요. 꽁치 통조림도 이런 대접을 받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어요. (방송 당시)꽁치 특유의 비린내를 잡았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떨리기도 했고 욕심만 앞섰던 것 같아요.”그래도 다행인 점은 그의 소원처럼 색다른 종류의 꽁치 통조림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촬영하면서 먹었는데 정말 비린내가 없고 고소해요. 처음엔 괜찮아도 음식이 식으면 비린내가 느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게 없어서 신기했어요. 게다가 패키지도 예뻐요. 하하”
중국에서 찾은 셰프 2막, 바쁜 나날 보내
특별한 계획 없이 정착한 중국. 그 곳에서 그는 셰프로서의 2막을 시작했다. ‘우연히’ ‘좋은 기회’라는 단어를 써가며 설명했지만 요리를 좋아하는 그에게 있어 이 같은 행보는 어쩌면 당연한 결정이었을 테다.우선 그는 3월부터 MCN(멀티채널네트워크) 채널 봅시TV ‘맨땅에 헤딩’에 출연 중이다. 방송을 통해 중국에서의 근황을 공개하며 중국 대륙에서 접한 다양한 음식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식재료를 물으니 해맑은 얼굴로 오리혀, 돼지뇌, 거위창자, 뱀 등 줄줄이 나열한다.“제가 있는 곳은 중국 광저우예요. 중국에서도 가장 미식이 발달한 도시죠. 생소한 식재료, 조리법이 정말 많아요. 전 새로운 먹거리에 도전하는걸 워낙 좋아해요. 우리 생각에는 ‘괴식’이지만 현지인에게는 평범한 음식인 거잖아요. 특히 고유의 맛이 나는 식재료가 좋아요. 두리안, 아보카도, 낫토처럼요. 이런 것들을 먹어두면 나중에 레시피를 연구할 때 굉장히 도움이 돼요. 서재를 늘리는 개념인거죠.”6월 오픈을 목표로 음식점도 준비 중이다. 큰 규모는 아니다. 맹 셰프의 표현을 빌리면 ‘그냥 카페 한 켠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분식집’이다. 레스토랑이 아닌 분식집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하던 찰나 설명이 이어진다. “예전부터 대중적인 음식을 만드는 게 꿈이었어요. 돈을 모아서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매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요. 햄버거나 순댓국처럼요. 대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하고 백종원 셰프님이 운영하는 중국집에서 짬뽕을 자주 먹었는데 그게 현재까지도 되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매일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이랄까요? 레스토랑 오픈 전에 죠스푸드 기획팀에 근무하면서 ‘바르다 김선생’ 프로젝트 팀에 있었어요. 그 이력을 살려서 덮밥이나 김밥 등을 판매하는 분식집을 열어보자 생각했죠. 매일 먹는 음식에 특별함을 더하자, 이게 일단 제 목표예요.”맹기용 셰프는 ‘음식의 행복론’을 외치는 사람이다. 답변 끝에는 꼭 행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어릴 때부터 먹는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맛있는걸 먹으면 행복하잖아요(웃음). 사실 요리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도 그거였어요.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사람들이 행복해 한다면, 나 역시 얼마나 행복할까. 지금 목표는 딱 하나예요. 행복을 줄 수 있는 요리사가 될 것. 맹기용이라는 사람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갈지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맹기용 셰프, 그의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
염보라 뷰티한국 기자 bora@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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