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영화계는 부산시가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올해 제21회 부산영화제에 참가하지 않겠다지만, 부산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는 영화제가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
영화계의 부산영화제 보이콧 의사는 변함이 없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9개 단체 회원 90%가 참가 거부에 찬성할 정도로 결연하고 강하다. 그러나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과연 (영화계가) 보이콧을 할 만한 쟁점인지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영화계의 자세를 선뜻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사태 해결을 위한 대안도 내놓지 않았다. 부산영화제를 보는 영화계와 부산시의 시각 차이가 그만큼 크다.
부산영화제 사태는 2014년 제19회 영화제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이 세월호 참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의 상영을 반대하면서 시작됐다. 영화제 집행위 측은 서 시장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 한다면서 상영을 강행했다. 이후 부산시와 감사원이 감사에 나섰고 부산시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고발했다. 이 위원장이 사실상 해촉되고 부산시가 영화제 신규 자문위원 68명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내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서 시장은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를 민간에 넘기겠다는 약속을 지키지도 않았다. 일련의 과정은 부산시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영화제의 자율성을 침해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지금 분위기로 보아 10월로 예정된 올해 영화제가 물 건너 갔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무산시키기에는 그 동안의 노력과 열정이 너무 아깝다.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성장한 데는 영화인과 부산시민의 공헌이 절대적이었다. 따라서 부산영화제가 열리지 못한다면 문화계와 부산시민 모두에게 커다란 손실이다.
문화의 관점에서 볼 때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은 절대적 명제다. 칸국제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 관계자와 해외 유명 감독들이 부산영화제를 편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해법은 부산시가 내놓아야 한다. 부산시는 무엇보다도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되살려야 한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이 원칙은 공공이 지원은 하되 문화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부산시가 영화계를 따돌린 채 부산영화제를 이끌고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서 부산시는 영화제의 파행을 막아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로라도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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