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대다수 민주국가와 비교하면 미국은 선거자금 규제가 아주 느슨하다. 그래서 선거에서 돈의 영향력이 막강해 보인다. 선거자금을 많이 모으고 많이 쓰는 게 후보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척도일 정도다. 최근에는 ‘보다 일찍, 보다 많이’ 선거자금을 모으기 위해 모든 후보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돈이 항상 승리를 가져다 주지는 못한다. 승리할 가능성이 높거나 능력이 뛰어난 후보에게 일반적으로 자금이 몰리지만, 역설적으로 승리 가능성이 낮은 후보일수록 돈을 더 많이 쓰게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2016년 공화당 경선과정에서 현재까지 가장 많이 쓴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나 테드 크루즈가 아닌 총 1억5,890만달러(1,823억원)를 지출하고도 중도 사퇴한 젭 부시이다.
선거에 쓰이는 돈의 규모가 미국 경제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2012년 선거에서 대통령과 연방 상ㆍ하원, 그리고 그 외의 지방선거까지 모두 합쳐서 총 70억달러(약 8조원)의 선거자금이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것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쓴 비용의 115분의1에 불과하며, 2012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소비된 복권 판매총액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정치와 권력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비해 그리 많지 않은 돈이 쓰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홍민ㆍ미국 위스콘신대(밀워키)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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