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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 당한 삼국유사 경매 출품했다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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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 당한 삼국유사 경매 출품했다 덜미

입력
2016.04.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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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업자 15년간 집 천장에 은닉

1999년 한 대학 교수가 소장하다 도난 당한 삼국유사 권제2 '기이편'. 16년 만에 경매 시장에 나왔다가 도난품으로 밝혀져 서울경찰청이 압수했다. 연합뉴스
1999년 한 대학 교수가 소장하다 도난 당한 삼국유사 권제2 '기이편'. 16년 만에 경매 시장에 나왔다가 도난품으로 밝혀져 서울경찰청이 압수했다. 연합뉴스

15년 동안 ‘삼국유사 권제2 기이편’을 숨겨 온 문화재 매매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도난 당한 삼국유사를 은닉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문화재 매매업자 김모(6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문제의 ‘삼국유사 기이편’은 17년 전인 1999년 1월25일 감쪽같이 사라졌다. 당시 대전 모 대학 한문학 교수 집에 남성 2명이 침입해 문화재 13점을 훔쳐갔는데 기이편도 포함됐다. 관할 경찰서가 장물품표 1만부를 배포하고 문화재청도 피해품을 도난 문화재로 등록하는 등 2년 가까이 광범위한 수사가 이어졌지만 결국 범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이편이 자취를 감춘 지 10년 뒤인 2009년 1월 공소시효(특수강도)도 만료됐다.

행방이 묘연하던 ‘삼국유사’는 지난해 11월 5일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씨는 보관 중이던 ‘삼국유사’를 경매업체 코베이에 맡겼다. 경매 의뢰와 동시에 3억5,000만원의 높은 가격이 책정됐으나 장물 의혹이 불거지면서 출품 전 경매는 중단됐다.

문화재청 감정 결과 김씨가 경매에 내놓은 ‘삼국유사’는 99년 도난 당한 문화재와 동일본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선대가 물려준 것이라고 주장하다가 도난 문화재로 확인되자 2000년 1월 한 골동품 매매업자에게서 9,80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삼국유사를 취득한 뒤 충북 청주의 자택 아파트 천장에 보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삼국유사’를 훔친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지목한 골동품업자는 이미 10년 전 숨져 진위 여부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문화재 사범들은 범행을 은폐하려 불법 취득 문화재를 물려 받았거나 사망자로부터 양도받았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견된 ‘기이편’은 조선 초기에 제작됐으며 성암고서본(보물 제419-2호) 및 연세대 파른본(보물 제1866호)과 동일한 판본이다. 김종민 문화재청 감정위원은 “조선 초기 목판본의 특징이 잘 보이고 성암고서본이나 파른본보다 보관 상태가 양호해 문화재적 가치가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회수된 ‘삼국유사’는 수사가 마무리되면 고인이 된 피해자의 딸에게 돌아간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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