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전역자에게 완전군장을 한 채 연병장 수십 바퀴를 도는 얼차려를 준 것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21일 인권위에 따르면 올해 2월 중순 강원도 한 육군 포병부대에서 전역한 김모(22)씨는 전역 전날 밤 생활관에서 전역 동기 2명과 함께 소대원 12명에게서 이른바 ‘전역빵’을 당했다. 전역빵은 전역을 앞둔 선임을 후임병들이 구타하는 관행으로, 군에서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나 일부 부대에서는 지금도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
문제는 전역빵을 목격한 당직사관이 포대장에게 보고하면서 불거졌다. 포대장은 구타ㆍ가혹행위를 금지한 병영생활 규정을 들어 전역빵에 가담한 현역병은 징계하고 전역자 3명에게는 얼차려 지시를 내렸다.
포대장 명령에 따라 김씨 등은 이튿날 전역 당일 20㎏ 이상 완전군장을 한 채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무려 연병장 90바퀴(약 22.5㎞)를 돌아야 했다.
김씨는 전역 후 “도가 지나친 얼차려로 인권을 침해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 조사결과 육군 규정은 보행 얼차려의 경우 하루 4㎞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었다. 또 당일 연병장 노면은 눈이 내린 후여서 물기가 많은 상태였고, 얼차려 현장을 관리한 간부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포대장은 인권위 조사에서 “규정 위반은 사후에 확인했다”며 “다만 병영 부조리를 처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로 식사 및 휴식시간을 보장해 감정적 보복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병영 부조리를 없애려는 군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과도한 얼차려로 병사들이 신체적ㆍ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헌법 제12조는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군인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해당 포대장에게 경고 처분을 하고 상급부대인 사단장에게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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