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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니다… 역풍 맞은 옥시 이메일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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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니다… 역풍 맞은 옥시 이메일 사과

입력
2016.04.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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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던 옥시, 수사 조여오자 피해자에 50억 추가 지원 약속도

"361회 일인시위 등 외면하더니… 옥시 사과·돈 받지 않겠다"

피해자들 성명서 통해 강력 비난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이 살균제 업체 관계자들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팻말을 든 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이 살균제 업체 관계자들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팻말을 든 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가 그 동안 언론과의 접촉마저 철저히 피하다 이메일 한 통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피해자들은 “이건 사과가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옥시는 21일 오후 기자들에게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하여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이번 사안과 관련해 좀더 일찍 소통하지 못해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실망과 고통을 안겨드리게 된 점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옥시 측이 공식적인 사과 입장을 처음 밝힌 것이다.

옥시의 이메일 사과문. 이메일 캡처
옥시의 이메일 사과문. 이메일 캡처

침묵하던 옥시는 검찰 수사가 턱밑을 겨누자 뒤늦게 수습에 나서며 피해 지원 기금 50억원을 추가로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2013년 샤시 쉐커라파카 옥시 대표가 국정감사에 불려 나와 인도적 차원에서 50억원의 지원기금을 내놓겠다고 밝혔고 이 돈은 환경부 산하기관인 환경보전협회에 전달됐다. 당시 피해자들은 “피해 보상금이 아닌 기부금 용도의 돈은 받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옥시는 또 “모든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환자와 가족분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든 논의와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옥시 측은 성명서에 “법원 절차에 성실하게 임했다” “상당 부분의 사안들이 법원 조정절차를 통해 합의에 이르러 종결됐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 “오랫동안 제품의 안전관리 수칙을 준수해왔다”는 등의 언급을 담아 피해자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및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인자는 처벌되어야 할 대상”이라며 “옥시의 사과는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옥시 측이 사과문에서 “해결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성명서를 통해 “처음부터 정부 발표를 부인하면서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된 연구를 의뢰했고, 검찰 수사를 앞두고 소비자들의 피해 의견을 모두 지웠다”고 반박했다. 또한 “그동안 361회 일인 시위를 통해 사과와 대책을 요구했는데도 옥시 측은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고, 수십여 차례 기자회견을 했지만 문전박대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환경부는 더 이상 피해 신고도 받지 않고 3년간 조사를 질질 끌고 있어 믿을 곳은 검찰밖에 없다”며 “옥시 등 4개 업체 외에도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 14개 제조사 모두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옥시는 폐 손상 원인으로 밝혀진 폴리헥사 메틸렌 구아디닌(PHMG)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을 제조ㆍ판매했다. 피해자와 시민단체는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146명 중 103명이 이 제품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옥시를 상대로 한 개별 소송이 80여건 제기됐고 이 중 70건 정도는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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