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국내 1세대 원로 과학자들을 만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세우면서 미국과 독일 등에서 불러들여 과학입국의 토대를 닦게 한 70~80대 과학자 6명이다. 박 대통령은 출범 50주년을 맞은, 서울 정릉의 KIST에서 열린 49회 과학의날ㆍ61회 정보통신의날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선친과 깊은 인연을 쌓았던 이들과 환담했다.
박 대통령은 “여러분은 당시 선진국에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음에도 조국의 부름에 기꺼이 응하셨다”면서 “장비도 제대로 없는 어려운 환경에서 젊음과 인생을 다 바친 여러분이 계셨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인사했다. 또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이 베트남전 참전 대가로 단기적 원조 대신 KIST 설립 지원(1,000만 달러)을 미국에 요청한 사실을 언급하며 “과학기술은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을 일으킨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환담에는 출범 초기 KIST의 기틀을 다진 김은영 김훈철 문탁진 안영옥 윤여경 박사와 ‘한국 원자력의 아버지’라 불리는 원자력연구소장 출신의 장인순 박사 등이 참석했다. 장 박사는 2000년 국제사회에서 핵 무장 시도라는 의심을 산 우라늄 분리 실험을 주도한 인사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핵 무장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시점이라 장 박사의 참석이 눈길을 끌었다. 장 박사는 “당시 우리는 언젠가 미국에 우리 원자로를 짓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일했다”고 회고했고, 박 대통령은 “한국형 소형 원자로 스마트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기 위해 설계가 진행 중이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라고 답했다. 안영옥 박사는 박 전 대통령이 KIST 설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965년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 측에 보낸 편지를 박 대통령에 전달하기도 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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