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화기구(ISO)가 지난해 품질경영시스템에 관한 국제규격(ISO 9001)을 개정했다. ISO 9001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규정된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면서 지속적으로 유지ㆍ관리되고 있음을 ISO가 인증해주는 제도로, 기업 경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ISO 9001 개정에 따라 국제인증 시장의 대변화도 예고됐다. 120개가 넘는 기관이 난립했던 국제인증시장도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춘 기관이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국내 대표 인증기관인 한국표준협회는 신뢰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제적 수준의 인증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ISO 9001:2015년 개정판’ 인증심사를 자신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인증 사업으로 떠오른 안전, 자산관리, 에너지 등에서도 고품격 인증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백수현 한국표준협회 회장은 21일 “ISO 9001가 개정된 배경은 ISO 인증이 기업 활동에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며 “ISO 9001:2015년 개정판은 한마디로 리스크 관리 전략을 세우고 이를 자사의 품질경영 시스템에 반영하라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증기업은 개정된 내용이 까다롭고 복잡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리스크 관리 계획을 잘 수립할 경우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의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며 “개정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경영에 접목한다면 경영능력과 국제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회장은 “기업이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춘 인증기관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며 “협회도 시장의 혼란을 줄이고 개정판이 요구하는 항목을 인증기업의 품질경영 시스템에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백 회장은 “한국표준협회는 ISO 인증기관으로 출범한 이래 한결같이 고품질의 인증 심사를 고집해 온 저력이 있다”며 “ISO 9001의 2015년 개정판 전환 심사에서도 한국표준협회는 평균 80점 이상을 받아 고품격 인증서비스가 준비된 기관임을 입증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또 “그 동안 ISO 인증시장의 난맥상 속에 형성된 역기능을 바로잡아, 기업 활동은 물론 국가경쟁력 제고와 국민들의 일상생활의 질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인증 심사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표준협회는 인증기관의 선두 주자로서 독보적인 고객 서비스와 신규인증 개발 및 보급에 힘써 왔다. 그 결과 지난해 사회적 자산과 산업체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엔지니어링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춘 ISO 55000 인증을 아시아권 최초로 선보였다. 이는 도로·공항 등 ‘사회기반자산’과 기업의 생산활동에 사용되는 공장·설비 등 ‘산업자산’의 설계ㆍ취득ㆍ운영ㆍ정비ㆍ폐기 전 과정을 체계화한 것이다.
한국표준협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협회의 역량을 집중, ‘안전’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다. 백 회장은 “성수대교 붕괴, 불산 누출사고 등 대형 참사가 계속되는 원인은 체계적인 안전 관리가 부실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관리가 화두로 떠오른 만큼 올해는 사업연속성(BCP)과 관련한 ‘사회 안전-비즈니스 연속성 경영시스템(ISO 22301)’ 인증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BCP는 미국 9ㆍ11 테러 이후 지속적인 경영환경 구축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재난 등의 위험 발생시 핵심 업무 기능을 복구해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는 올해 10월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 45001)이 발효되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ISO 45001’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최적의 작업환경을 조성·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직원과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기업 내 물적,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경영시스템을 말한다. 세계 유수의 표준화 기구 및 인증기관이 참여해 공동 제정한 국제인증이다. 그는 “ISO 45001은 명실상부한 국제표준으로서 국가와 기업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 협회도 안전진단 및 안전인증 등 안전관련 사업에 대비해 전문가 발굴 등 안전 관련 사업을 선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준협회가 또 역점을 두는 신규인증 분야는 온실가스·에너지 관련 검증ㆍ인증ㆍ평가 사업이다. 백 회장은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총회(COP21 Paris)에서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37%의 온실가스 감축을 공식 발표하기 전부터 표준협회는 에너지 관련 검인증 사업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 에너지, 환경, 품질은 기업활동은 물론 국민의 일상생활과 국가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필수 요소”라며 “우리 협회가 고품질 인증서비스를 제공,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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