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먹거리의 상징인 '맥주보이'를 퇴출해 야구팬들의 원성을 샀던 국세청과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가 결국 이를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현행 주세법 취지를 감안, 야구장 생맥주 이동판매원의 영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당초 국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맥주보이에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지난 11일 이 같은 의견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전달했다. 그러나 야구장이라는 특수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야구팬들과 언론에서 들끓자 철회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잠실구장의 경우 맥주보이의 퇴출 결정 이후 생맥주 판매점 자체가 아예 폐점했으며 불편을 호소하는 관중들의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러자 식약처는 '맥주보이' 사안을 다시 검토한 끝에 "일반음식점 영업신고를 한 이가 제한된 야구장 내에서 입장객을 상대로 고객 편의를 위해 음식의 현장판매가 이뤄지므로 식품위생법상 허용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에 국세청도 식품위생법상 영업허가를 받은 이가 세무서에 신고하면 주류판매면허를 자동으로 부여하는 주세법 규정과 식약처 판단을 근거로 '맥주보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국세청과 식약처가 '맥주보이'를 퇴출시킨 이유는 주류를 허가된 장소에서만 팔아야 하는 주세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행 주세법에는 유흥음식업자나 소규모 맥주제조업자(수제맥주집) 등은 '영업장 내에서 마시는 고객'에게만 술을 팔 수 있다고 돼 있다. 야구장 내 이동 판매를 '배달 행위'로 간주한 것이다. 아울러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할 수 없는데 이동식 판매와 야구장의 특성상 나이 확인이 어렵다는 것도 이유였다.
그러나 800만 관중 시대를 내다보는 프로야구계를 외면한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섣부른 판단 실수를 시인하고 번복한 셈이다. 야구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에서도 '맥주보이'는 야구장 문화의 일부로 이동식 먹거리 판매가 허용된다는 사실도 재검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KBO와 프로야구 10개 구단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KBO는'맥주보이'들의 주무대인 잠실, 수원, 대구, 부산 등을 연고지로 하는 구단에 정부의 바뀐 입장을 전달했다. 잠시 모습을 감췄던 야구장 생맥주 판매점과 '맥주보이'들은 다시 활기를 띨 전망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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